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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u님의 서재
  • 생식기
  • 아사이 료
  • 15,300원 (10%850)
  • 2025-09-26
  • : 6,295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쇼세이'라는 인간 수컷 개체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에 힘을 보태지 않습니다. 그저 가만히 손가락만 대고, 자신이 힘을 주고 있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 할 뿐입니다.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누구냐구요?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들으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을 누구라고 해야 할지..부터 쉽지 않다. 쇼세이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런 쇼세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들(?)을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정체불명의, 그것도 전혀, 조금도, 단 1%도 생각하지 못했던 화자와 마주하며 생각 이상으로 당황했다는 걸 고백한다. 설마하니 이런 화자가 등장하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그런데 그 화자의 설정이 참으로 절묘하다. 이 책은 묵직한 볼륨으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던 [정욕]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무거운 혹은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화자 덕분에 무겁다거나 어려운 느낌이 거의 없다. 오히려 가볍고,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마저 있다. [생식기]라는 다소 과감한 제목이 줄 수도 있는 거부감이 이 화자 덕분에 책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금세 사라지는 게 신기하다. 내용이 무거워지더라도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는 게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내용은 시작부터.. 뭐랄까.. 책에 대한 감상으로는 다소 어울리지 않지만 이 책과는 잘 어울릴 것 같은 단어로 표현하자면 '난감'하다. 고작 체중계 하나를 사러 가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아니, 스스로 결정할 생각도 없이 그저 함께 간 사람이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는 쇼세이. 그런데 그게 또 체중계가 꼭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저 일요일을 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게 뭔가 당황스럽다. [생식기]라는 제목과 조금도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이 내용이 어디로 갈 것인지, 그리고 꽤나 이상한 서술(?)로 말하는 '나'는 또 누구인지, 당황스러운데 페이지는 또 잘 넘어간다. 그런데 이런 난감함과 당황스러움을 가진 채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 책의 도입부가 의미하는 것, 기묘한 서술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와닿으면서 감탄하게 된다. [생식기]에도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혹은 막연하게 '안다'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평범하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평범함을 '의태'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몇 번 고개를 갸웃하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는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생식기] 속 모든 문장은 의미심장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나온 듯,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고, 때로는 촌철살인처럼 아프다. 모든 문장이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계속 곱씹어 생각하게 만든다. '평범'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내내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평범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인간 개체가 평범함을 의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런 한편으로 나라고 뭐가 다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살다 보면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다시 말하면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쉬지 못하고 내내 발을 굴러가며 자전거를 멈추지 못한 채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생식기]는 평범하지 못해서 고민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도태된 인간 개체(?)를 위한 책인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3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가벼운 볼륨이지만 금세 읽어나갈 수 없었던, 밀도 있는 책 [생식기]. 나와는 '다름'에서 나와 '같음'을 느낄 수 있었던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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