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은퇴한 CIA 요원 '매기'를 비롯한 다섯 명, 일명 '마티니 클럽' 멤버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해변 마을 '퓨리티'. 책과 술을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도 잠시, 이 마을에 찾아온 '여름 손님들' 중 한 명인 소녀가 실종되며 마을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매기의 이웃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며 마티니 클럽 멤버들은 또 한 번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고, 수사 도중 호수에서 발견된 '여성의 시체'는 이 사건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는데...
[여름 손님들]의 시작은 강렬하다. 시기는 1972년, 한 남자가 차로 여러 사람을 치어 사망케 하고,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의 총을 빼앗아 그 경찰마저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을 보여준다. 한참 전에 벌어진 사건, 그 사건의 잔혹성, 그리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해당 사건의 마지막 두 문장까지.. 이는 곧 이어지는 마티니 클럽의 여유로운 한때, 그리고 수잔 가족의 -누군가의 장례를 위한 방문이긴 하지만- 평화로운 한때와 대비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1972년이라는 머나먼 과거의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10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이 소설의 '메인 사건'이 발생하며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도무지 상상하지 못한 채 책을 읽어나가게 만든다. 또 전작에서 위기에 처한 매기에게 도움을 주었던 이웃 '루터'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의 알리바이에 모순이 발견되고, 심지어 그의 차량에서 유력한 물증이 발견되며 매기뿐만 아니라 독자마저 혼란스러워진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를 상황에서 마티니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의 특기를 살려 경찰보다 한발 앞선 추리를 통해 수사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끝에서 나타난 것은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여름 손님들]의 비교적 잔잔한 일상 같은 시작과 크게 진전이 없는 소녀의 실종 사건 수색은 이 책의 초반을 다소 늘어지는데..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호수 밑바닥에서 시체가 발견된 이후 이 책은 전작만큼의 위기 상황이 닥치지 않음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부유하고 우아한 삶을 사는 '문뷰'의 가족들에게 던져진 '소녀의 실종'이라는 돌이 만들어 내는 파문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진실로 이어진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이 지독한 '설계'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사실 소설의 흐름만 놓고 보면 '이게 가능할까...' 싶은 부분이 없지 않고, 분명 더 '그럴싸한' 전개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굳이 이 방향의 전개를 택한 작가에게서 어떤 '마음 씀씀이'가 느껴져서 오히려 좋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반에는 '전작에 비해 스케일이 좀 아쉬운가..' 싶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이상의 스케일이 되어 있었고, 어느 시점을 넘기면서부터는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결말까지 달리게 만들었던 책 [여름 손님들]. 무려 1972년이라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사건이라는 것도 흥미진진했지만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자칫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극한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들의 삶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들'은 소설 속의 정말 다양한 인물들을 가리키고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단면만 적어보자면.. 전직 CIA 요원으로 아직도 현역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두뇌 회전을 보여주는 마티니 클럽이지만 노쇠한 신체는 이들의 두뇌 회전을 뒷받침해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 경찰보다 더 날카롭게 사건을 바라보고 수사해 나가는 이들이지만 늘 옳은 선택, 옳은 결정만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들이 무적의 전직 CIA 요원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매력적이고, 그래서 또 다음 책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여름 손님들]을 읽고 나니 또 한 번, 시리즈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가 솟구치는데 [The Shadow Friends]라는 제목부터 흥미로운 마티니 클럽 시리즈 3권 출간이 무려 2026년 8월로 예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때까지 매력적인 요원들을 잊지 않고, 또 한 번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