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거짓말쟁이의 고리>(고수고수)
대상수상작이라 가장 기대가 컸던 <거짓말쟁이의 고리>. 일단 설정은 흥미로웠다. 무조건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 즉 살인을 저지른 상황에서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의 고리'에 들어가야만 한다면!? 그야말로 아찔할 수밖에.. 하지만 전개는 기대보다 살짝 아쉬웠는데, 아마도 복선이 너무 솔직했던 탓에 책의 노림수를 모르기 어려웠던 탓이 아닌가 싶다. 또 소설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인싸력 만렙(?)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과하게 설명하는 것도 -적은 분량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적합한 방식이기는 했지만- 썩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치만 다소 사족처럼 보일 수 있을 마무리가 의외로 괜찮았음!
<탈태>(강연서)
아내의 유골을 품에 안은 채 아내의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탄 남자. 기차 내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감도는 묘한 공기까지.. 초반은 흥미로웠는데 중반에는 이 단편의 장르가 무엇인지 약간 헷갈리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제목까지 포함해서- 과연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단순히 '호러'니까 풀리지 않은 게 있을 수도 있다!라기에는 풀리지 않은 게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싶긴 했지만 나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는 좋았다.
<승은만은 원치 않소>(교묘)
한국판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느낌의 구성이었는데, 시대 배경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일상 미스터리 느낌이라서 오히려 흥미로웠다. 사실 설정 자체는 굳이...? 싶은 부분도 있고, 짧은 분량의 단편에서 다루기에 뭔가 있을 듯한 느낌만 주고 아직은 비어 있는 듯한 느낌도 있는데, 자그마한 사건으로 슬쩍 운을 띄워놓고 이후 장편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될 예정이다!라고 하면 오히려 좋을 것 같은? 이번 이야기에서 풀리지 않은 부분이 멋지게 다시 이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설원해담>(김지윤)
아, 너무 뻔하다...라는 생각을 예상이라도 한 듯 비틀어서 '오오..'하는 감탄을 하게 만들었던 단편 <설원해담>. 예상을 비틀기 위한 일부 설정은 다소 작위적이다..라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원래 미스터리 소설과 작위적인 설정은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여러 모로 치밀하게 구성된 게 인상적이었는데, 그 치밀함이 돋보이는 만큼 너무 허술한 몇몇 설정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지는 건 아쉽다.
<조선 영아 발목 절단 사건>(송수예)
설정이 너무 끔찍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마지막 단편..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작가님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상상력이 잘 발휘되었다는 감탄 반, 아무리 그래도 이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라는 생각 반이었다. 복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썩 페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독자가 추리할 여지가 많지 않은 것 같다..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추리보다는 소설 속 '드라마'적인 요소가 오히려 좋았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력인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조심스럽지만, 일부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조금 쳐내고 좀 더 컴팩트하게 전개했다면 중반부터 받았던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은 덜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
.
미스터리라는 장르만 놓고 보면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약간 더 큰데, 아마도 나에게 미스터리는 '추리'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장르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다섯 편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이야기였다. 이 작가님은 분명 추리소설을 많이 읽으셨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비교적 트릭(?)에 집중한 작품도 있고, 어쩐지 여행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싶을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에 집중한 듯한 작품도 있고, 마치 그 시대를 살아본 것처럼 당시의 시대 상황을 잘 녹여낸 게 인상적인 작품도 있었고, 그 안에 담긴 드라마가 돋보인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공모전의 취지 그대로, 어떤 식으로든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장르문학의 불모지와도 같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꾸준히 미스터리 장르의 공모전이 개최되고, 또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꾸준히 새로운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된다!라는 걸 생각하면 여러 모로 감사하기도 하다. 특히 전년까지는 오직 대상 수상작만 만날 수 있어서 아쉬웠는데 올해에는 후보작들까지 실린 작품집이 출간되고, 그 후보작들 중에서도 '오오, 좋다!'라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있어서 더더 반갑다. 이후로도 이렇게 작품집으로 꼭! 출간해주시기를 바라보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