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 집 앞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 그 의미는?"
현재 60세, 전직 CIA 요원 '매기'는 은퇴 후 작은 해안 마을에서 농장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비앙카'라는 여성이 매기를 찾아와 역시나 은퇴한 CIA 요원 '다이애나'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녀는 매기에게 협력을 요청했지만 매기는 이를 거절하고, 얼마 후 비앙카는 매기의 집 앞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다이애나의 실종도, 비앙카의 죽음도 매기와 무관하지 않다. CIA 일을 그만두고 오랜 시간이 흘렀고, 기술도 신체도 녹슬었지만 자신의 안전과 진실을 위해 매기는 다시 한번 일어선다.
"긴장감 넘치는 현재, 그리고 과거"
[스파이 코스트]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적으로 전개된다. 주로 주인공인 매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때때로 다른 사람을 메인으로 내세워 매기는 알 수 없는, 그렇지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넌지시 독자에게만 알려준다. 현재는 은퇴한 후 나름대로 유유자적한 삶을 살던 매기가 집 앞에서 한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되며 다시 한번 위험천만한 세상으로 발을 내딛고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전직 CIA 요원으로 여전히 영리하고 과감하지만, 현역에서 물러난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매기의 몸과 마음은 결코 만전의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조여오는 위협은 그녀의 현재 상태와는 관계없이 날카롭고 재빠르다. 혼자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부분은 역시나 은퇴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애초에 누구도 믿을 수 없던 CIA 시절을 생각하면 동료조차도 100% 신뢰할 수 없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서 현재 시점은 아슬아슬하고, 긴장감 넘치고, 안타까우면서도 탄성을 불러일으킬 만큼 멋지다.
과거는 현재에 비하면 비교적 평온하다. 매기가 우연히 '대니'를 만나고 그가 없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준다. 매기와 대니가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은 여느 로맨스 소설 못지않게 운명적이고 은근히 끈적하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두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을 것처럼 서로에게 끌린다. 그 모습만 보면 세상 평온하고 온화한데 정작 이들을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이 그렇지 못한 건 매기가 대니를 만나는 중에도 여전히 CIA 요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 현재는 함께 하고 있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매기가 CIA를 은퇴할 만큼 큰일에 분명 대니가 관계했음은 분명한데, 쉽게 맞춰지지 않는 퍼즐 속 대니의 조각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은 마음 반, 알고 싶지 않은 마음 반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과거 시점에서는 매기가 아무리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현재 살아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덜할 것 같지만, 연인에게조차 자신의 신상을 솔직히 말할 수 없는 매기의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아슬아슬해서 오히려 더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 같았다.
"2권.. 2권을 달라... 2권 주세요..."
[스파이 코스트]는 보통의 영미 스릴러가 그렇듯 심리 묘사에 치중된.. 책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매기와 대니의 연애 과정을 보여주는 부분조차 감정보다는 사실이 앞서는, 어찌 보면 '스파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맞게 다소 드라이한 면이 있는 책이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소설의 주요 분기가 되는 지점에 늘 감정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꽤나 색다른 느낌이다. 감정 묘사를 절제해서 속도감을 높이면서도, 직접적이지 않게 감정을 표현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능력이 그야말로 발군이다. 매 페이지마다 어찌나 아슬아슬한지 페이지를 넘기면 왼쪽 페이지가 아닌 오른쪽 페이지를 먼저 보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혹은 벌어지지 않았는지를 확인해야만 시선을 왼쪽 페이지로 향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실은 작가가 전직 의사가 아니라 은퇴한 전직 CIA 요원은 아니었을까..를 의심할 정도로 생생한 묘사였는데, 이게 단순히 CIA 요원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은퇴한' 요원이라는 설정을 너무나도 잘 살린 묘사라서 감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그 와중에 대니를 의사로 설정해 자신의 의학적 지식도 유감 없이 발휘하기까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속도감 있고, 끝의 끝까지 진실을 알 수 없게 잘 숨겨놓고, 예상하지 못한, 그렇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반전을 선사하는 것까지.. 영미 스릴러는 묘사가 장황해서 읽기 힘들다..는 나의 선입견을 와장창 깨준 진짜 흥미진진한 스파이 소설이었다. 소설 속 은퇴한 CIA 요원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고, 아직 풀어내야 할 감정(?)들이 남아있어서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다..고 생각 했는데 다행히 이미 시리즈 2권 출간 소식이!!(아직 출간 전인데, 내년 출간 예정이라고 함) 머지않은 시기에 꼭! 2권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지금 나의 삶은 과거의 유령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우리처럼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은퇴는 관에 못을 박는 것과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