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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u님의 서재
  • 리버 2
  • 오쿠다 히데오
  • 16,200원 (10%900)
  • 2024-11-01
  • : 6,403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10년 만에 다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



하천부지에서 젊은 여성의 사체가 연이어 발견되고, 경찰들은 10년 전에 역시나 하천부지에서 젊은 여성의 사체가 연이어 발견된 사건을 떠올린다.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했지만 결국 불기소처분되며 미제로 남은 과거의 사건과 이번 사건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과거의 범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아니면 모방범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이번에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두 현의 경계를 흐르는 강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리고 세 명의 용의자"



10년 전에 두 건, 그리고 현재 두 건. 무려 네 명의 여성이 아주 유사한 수법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전현직 경찰뿐만 아니라 10년 전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와 경찰 담당 기자, 우연히 사건 조사에 관여하게 된 범죄심리학자 등의 조사 결과와 의견이 더해져 현재 유력한 세 명의 용의자가 떠오른다. 첫 번째는 당연히 10년 전에 체포되었던 용의자이다. 사이코패스나 다름없는 마약중독자로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분명 누군가는 죽였을 거라고 생각되는 인물이다. 두 번째는 현 의회 의원의 아들이자 은둔형 외톨이인 남자이다. 여성을 상대로 수상한 행적을 보인 적이 있고, 사건 당일 동선이 사건 현장과 겹친다. 여기에 흔히 말하는 다중인격자로 범행을 저지르고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지막 용의자는 공장에서 트럭 운전자로 일하는 계절노동자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 사건 현장을 몇 차례 오간 것을 과거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가 목격했다. 경찰은 세 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를 해나가지만 쉽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건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 사건을 한층 더 어렵게, 또 한층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게 사건 현장이다. 사건 현장인 하천부지는 두 현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사체의 발견 위치에 따라 담당하는 현이 다르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서로 의견을 내기 조심스러웠던 탓에 사건이 미제로 남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번에는 두 현 모두 보다 적극적으로 공조해서 수사를 해나가는 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보통의 일본 경찰 소설에서 공을 다투기에 급급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을 주로 보다가 오로지 사건 해결만을 위해 달리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는 건 이게 당연한 건데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과거의 사건이 미제로 남았다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살아온 전직 형사의 재수사도, 딸이 살해당한 사건이 미제로 남았다는 한을 풀지 못했던 피해자의 아버지의 고군분투도 안타까움을 주는 동시에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과정'"



일단 10년 전 미제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는 것과 유력한 세 명의 용의자가 있다는 것, 다각도로 사건을 조사하는 등장인물들의 고군분투로 사건의 베이스는 아주 흥미롭게 다져놓았는데 이후 전개는 어떨까. [리버]의 전개는 마치 작가가 어떤 사건의 조사 과정을 따라다니며 취재한 게 아닐까 싶은, 그래서 책을 읽는 나 역시 사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것만 같은 생생함이 있다.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을 포함한 여러 인물들이지만 편의상 경찰로 표현합니다)은 아주 조그마한 단서도, 모호한 목격 증언도 흘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수사를 하고, 그래서 유력한 용의자를 세 명으로 압축하지만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게 너무 어렵다. 이미 여러 피해자를 낸 사건이라 내외부의 압박은 점점 심해지는데 정황증거와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는 유력한 용의자를 체포해도 검찰에서 기소해 주지 않는다.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용의자가 셋이나 되다 보니 인력도 분산될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은 커지는데 지쳐간다. 그게 활자 위로 보이는 것 같아서 독자 역시 지치는데 '아, 이게 진짜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조사로 결정적 증거를 찾고, 두 번의 현장검증으로 유력한 목격 증언이 나오고, 심증으로 몰아세우면 범인이 자백하는 일은 현실에 없다. 그래서 될 때까지 찾고 또 찾고 또 찾고, 될 때까지 몰아세우고 또 몰아세우며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이들의 분투가 눈물겹다. 그리고 그런 지지부진한 수사 과정을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 생각, 행동을 곁들여 독자는 지지부진하게 느끼지 않게 만드는 게 또 놀라웠다. 분명 내용은 진전이 없는데, 소설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게 신기했달까...




"오쿠다 히데오 표 경찰 소설, 아니 '범죄 수사극'"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일단 '범인이 누구인가'는 아닌 것 같다.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누가 범인이어도 이상하지 않다'거나 까놓고 얘기하면 '누가 범인이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죄의 궤적]이 "유괴사건을 벌이기까지 범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와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것처럼 [리버]는 "범인을 잡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지..와 사건이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미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범인과 동기, 트릭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과정에 집중하고 있고, 이를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어, 이대로 진짜 끝...??'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결말 부분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소설의 그간의 흐름에 이보다 더 잘 어우러지는 마무리도 없겠다..는 감상으로 바뀌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가 쓴 경찰 소설은 작가의 말처럼 경찰 소설보다는 '범죄 수사극'이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고, 그래서 더 독특한 만족감을 주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밀려오는 여운에 잠기며 소설 전반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 막 소설을 다 읽었을 때 받은 감상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여기에 2권 뒤표지 문장까지 곁들이면 더더욱) 라는 생각을 해보며. 역시 나에게는 오쿠다 히데오 작가님의 '이런 작품'이 잘 맞는다!는 생각에 방점을 찍어준 [리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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