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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u님의 서재
  • 슈퍼리그
  • 이소영
  • 13,500원 (10%750)
  • 2024-10-21
  • : 405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상현실로 보는 '취업 시험'"


2050년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취업 시험을 가상현실로 본다. 그중에서도 '선화그룹'의 입사 시험은 가장 어렵다고 정평이 나있다. 가상현실 장비만 있으면 18세 이상 누구나 선화의 슈퍼리그에 참여할 수 있지만 합격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서른 살 청소부 '만주'는 십 년 동안 선화 슈퍼리그의 1차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만주가 봉사활동 중 우연히 마주하게 된 '우삼'이 그에게 선화의 슈퍼리그에 도전하라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제안과 함께 우삼이 만주에게 준 것은 선화의 슈퍼리그를 대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였다.



"비현실적인데, 그래서 더 현실적인 미래"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취업 게임,

그 끝에서 마주한 인간 사회의 추악한 민낯과 진실"


오로지 미스터리! 추리소설!! 프로 편독러(?)인 내가 줄거리만 봐서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은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위에 적은 저 문장이 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취업 게임이 가상현실에서 이뤄진다고?? 그리고 그 끝에 인간 사회의 추악한 민낯과 진실이 드러난다고?? 완전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이잖아!!?? 했던 것.. 205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게임'이라는 유쾌한(?) 단어가 섞인 문장으로 소개되었던 것에서 받은 느낌과는 달리 시작부터 낯설고 참혹했다. 18세 이상이라면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선화그룹의 슈퍼리그는 한없이 공평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슈퍼리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장비만 있으면 되지만, 대여할 수 있는 장비는 성능이 좋지 않아서 슈퍼리그에 불리하다. 또 소위 '있는 사람들'은 트레이닝 팩을 통해 시험에 철저히 대비할 수도 있지만 하루 먹고사는 것도 버거운 만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삼과의 만남을 통해 최고 성능의 장비와 실제 겪었던 슈퍼리그보다 더 생생한 트레이닝까지 받을 수 있게 된 만주는 꿈에 부푼다. 자신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행운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도전한다.


시놉시스도 그렇고, 줄거리도 그렇고, 위에 적은 내용도 그렇고.. 이것만 놓고 보면 취업의 어려움과 일부 불합리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풍자하고 꼬집는 소설...로 느껴지고, 실제로 그게 틀린 것도 아닌데.. 사실 이런 건 이 소설을 겉핥기 식으로 표현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설, 혹은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에 이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다. 만주의 슈퍼리그가 잘 풀리는 것 같은데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고, 2050년 대한민국의 모습이 비현실적인데도 마냥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기이하다. 인간과 AI의 경계가 모호하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그래서 공평하게만 '보이는' 슈퍼리그에 목숨까지 걸어가며 매달린다. 슈퍼리그의 벽만 넘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환경이 이미 오염될 만큼 오염되고, 그래서 먹을 것조차 쉽게 얻을 수 없는 미래가 배경이라서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건네는 '행운'에 맹목적으로 달려들고, 그 행운을 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포기하고 버릴 수 있는 게 안타깝도록 현실적이어서 씁쓸하면서도 섬뜩했다.



"이상하게(?)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이렇게 '겉핥기' 감상을 넘어서기 위해 발버둥 쳐보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부족한 감이 있는 게.. 아무리 활자로 적어도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책에는 있다.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소설,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 현실을 풍자하고 꼬집는 소설....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무언가..랄까.. 그걸 굳이 표현하자면 대충 빚어놓은 달걀귀신같은 얼굴인데, 어느 각도에서 보면 엄청 사실적인 얼굴이고, 어느 각도에서 보면 얼굴로조차 보이지 않는 조형물을 보는 듯한 심정이랄까..ㅠ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감상은 표현하기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가볍게 술술 읽으며 현실에 대한 풍자를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한없이 현실적이지만 한없이 감성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뭔가 엄청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여러 설정 대비 크게 와닿지는 않아서 다소 아쉽다..고 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던 것 같은데,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모호해서 하나하나가 깊이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것들보다 근미래 SF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소설에 담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에 대한 감성 터지는 묘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그래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전개에도 이 소설의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들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싶다. 나처럼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소설이 주는 기괴함과 모호함이 다소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선호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한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진짜 기묘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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