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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ru님의 서재
  • 엘리펀트 헤드
  • 시라이 도모유키
  • 16,920원 (10%940)
  • 2024-10-18
  • : 9,159

"작은 균열, 그리고 '그 약'"



의사인 '기사야마'의 집은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행복하다. 하지만 기사야마는 늘 불안하다. 그 행복은 아주 작은 균열로도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의 행복을 위협하는 '균열'을 차근차근 제거하며 행복을 지켜오던 기사야마에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균열이 찾아오고,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 약'에 손을 대는데...




"악마...인가...??"



'정해진 시간 안에 이 책의 감상을 적으세요(3점)'라는 문제가 주어진다면, 나는 틀림없이 빵점이다. 몇 줄 안 되는 줄거리만 겨우 적고, 고작 그만큼 적어놓고 이후로는 한참을 아무 것도 적지 못했다. 이 책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마음과 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격렬하게 싸운다. 당연히 스포는 안 된다. 근데 그럼 대체 무엇을 적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의 모든 게 스포 그 자체인데. 책 띠지에 "악마가 소설을 쓴다면 분명 이러할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그게 정답이다. 이 작가는 악마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책을 쓰다니.. 악마가 아니라면 분명 미쳤다... 미친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한 다섯 번쯤 죽었다 살아난다고 해도 절대 할 수 없는 발상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나는 작가가 책 속 '그 약'을 먹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줄거리에도 등장하고 감상에도 나오는 '그 약'에 대해 궁금해질 것 같은데.. 당연히 나도 그 약에 대해 뭐라고 설명하고 싶기도 한데.. 정말 진짜 완전! 이 책 속에 나오는 모든 것이 복선이라서, 아무런 왜곡 없이 그 약에 대한 정보를 접했으면.. 하는 마음에 내 머리 속을 맴도는 그 약에 대한 정보를 삼킬 수밖에 없다. 사실 저도 이렇게 감질나게 언급만 하는 거 정말 안 좋아하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구요...ㅠ


그래도 감상이니 뭐라도 더 적어보자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개념' 자체가 놀랍거나 새로운 건 아니고, 오히려 미스터리에서는 꽤 자주 다뤄지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소재를 어떻게 다루는가..가 진짜 작가의 역량이 아니겠습니까.. 쉽지 않은 개념을 아주 쉽게, 일타 강사 수준으로 머릿속에 주입시켜주면서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독자를 끌고가는 건... 그야말로 악마(같)네요.. 네... 




"문제작인데.. 너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문제작이라 문제다..."



이 작가님의 [명탐정의 제물]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진짜 좋아한다. 이 작품은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나는 정말 극극극호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서 다소 허들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진짜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막상 주변에 추천하려고 하면 턱!하고 걸리는 게 있었다.


[엘리펀트 헤드]는 더욱 그렇다. 사실 이 책은 진짜 독해서 저도 읽기 힘들었거든요...(수차례 말했지만, 근데도 주변에서 잘 안 믿지만 은근 유리멘탈임) 그렇게 독한데, 그래서 안 읽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게 문제다. 그렇게 독한데, 너무 친절해서 쉽게 술술 읽히는 게 문제다. 이 책을 추천하면 주변에서 나의 정서(?)를 의심할 것 같은데, 아니 그냥 이 작품 자체가 문제인데, 그래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게 진짜 문제다... 이정도면 마침표 하나까지도 의도를 가지고 찍은 거 아닌가 의심하고 싶을 정도로 치밀하고, 발상부터 전개까지 십자로에서 악마라도 만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소설은 현실이 아니고 오로지 소설일 뿐이다..라는 생각으로, 이 책이 주는 '지적 유희'에 푹 빠져서 전율할 수밖에 없는 결말을 느껴보시기를.......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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