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계에서 손꼽히게 유명한 '쿡 가문'의 '로리 쿡'과 결혼한 '클레어'는 화려한 표면적 삶과는 달리 남편의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버클리대학 화학과 학생이었던 '이바'는 남자친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마약을 제조했다 퇴학당한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난 '덱스'라는 남자의 제안으로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게 되지만, 늘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 위해 향한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마주치고, 서로의 신원을 바꾸기로 결정하는데...
이 책의 장점은 두 시점의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점이다. 클레어의 시점은 두 사람이 만나기 조금 전부터 시작되고, 이바의 시점은 그보다 한참 더 전의 과거부터 시작해서 각기 다른 흐름으로 전개된다. 각자가 어떤 시간을 거쳐 만났으며, 만난 이후에는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평범하게 전개했다면 다소 심심했을 소설은 이런 구성으로 인해 독특한 매력을 안겨준다. 다만 후반에 이러한 흐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살린 전개로 이어졌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또 긴박한 상황에 처해있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독자까지 긴장하게 만들 정도의 심리 묘사는 좋았지만, 그 상황에서 두 사람의 행동이 처한 상황에 비해 다소 허술한 탓에 부분부분 몰입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고. 소설에는 나름의 반전도 있고,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긴 한데, 초반에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던 복선의 의미, 그리고 이 소설의 결말이 주는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는 않은 것 같다. 다소 자의적인 해석이 필요한 거 아닌가 싶은...(그래서 더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또 약간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도 있긴 한데, 덕분에(?)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응?? 으응??'하고 놀랐으니 대단한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아쉬움이 무색할 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일단 영미 스릴러 치고 곁가지가 많이 없고, 그래서 가독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또 클레어의 시점일 때, 이바의 시점일 때 각각 그녀들이 느끼는 긴장과 절망, 공포가 마치 내 것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앞서 그녀들의 행동이 너무 허술한 것 같다..고 하긴 했지만, 사실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나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게 결코 쉬울 리 없고, 계획과는 너무 다른 일들이 벌어질 때 당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그녀들의 행동은 오히려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주변의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고 그 결말에 정말 여러 가지 감정이 들기도 했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그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멍..하니 있다가 다시 책장을 앞으로 넘겨야만 했던 건 과연 나뿐이었을까? 아주 오랜만에, 다른 사람의 감상이 몹시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그녀는 위로의 말을 덧붙이거나 사고에 대해 설명해 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눈빛만으로 내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 어떤 말도 나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만약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은 텅 빈 무대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처럼 허망할 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