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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뱀으로 술 담그는 이야기
  • 톤즈의 약속
  • 이병승
  • 9,000원 (10%500)
  • 2011-08-29
  • : 946
 

톤즈의 약속

 

 지금은 종영된 W에서 진흙쿠키를 구워 먹던 사람들이 방영되었었다. 먹을 것이 없어 진흙쿠키를 굽는 그들 앞에선 평소의 작은 게으름과 핑계는 사치였다. 아이들의 빵빵하게 부른 배는 절대 건강의 징표가 아니었다. 전쟁과 각종 질병, 사회적 불안전이 휘저어놓은 그곳에 희망은 없어 보였다. 배부른 음식과 안전한 잠자리, 그리고 새하얀 운동화처럼 우리에게 당연한 일상을 갖기가 너무도 힘든 그곳은 수단의 톤즈이다.

 

가족을 잃고, 소년병으로 상처를 입은 마뉴는 신부님에게 몸을 먼저 치료받았다. 그러나 배신당했다는 기억에 사람을 믿지 못하고, 증오하며 톤즈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울리지 못한 채, 또 다른 전쟁의 트라우마를 안은 얀센과 복수심만을 키운다. 이태석 신부님은 그런 마뉴를 놓지 않고 데리고 다니면서 그 마음을 치유하려 한다. 계속되는 신부님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방황하는 마뉴를 답답하게 여기는 바보야도 마뉴에게 총을 든 것보다 강하게 되는 법은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마뉴는 마음을 열고도 결국 소년병으로 끌려간다. 마음의 상처로 약속을 하지 않던 마뉴는 결국 소년병에서 탈출하면서 약속을 지킨다.

 

마뉴가 마음을 열고도 결국엔 소년병으로 자진해서 끌려가는 것은 지금 당장은 수단이 나아질 방도가 없다는 것 같이 느껴져 참담했다. 그렇지만 이태석 신부님의 손에 건네받은 하얀 운동화처럼, 다시 잡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마뉴나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되겠다는 바보야처럼 지금의 어린 아이들이 자란 세대에서는 달라질 것이란 희망이 보인다. 이태석 신부님이 그곳에 남긴 가장 위대한 것은 학교나 병원보다도 희망이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톤즈가 아니더라도 이태석 신부님의 손에 많은 이들의 삶과 마음이 바꾸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커다란 사랑이 있구나, 하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삽화로 사용된 그림들은 온통 검은색으로 그려졌지만, 참 따스해서 자꾸만 들춰보고 있다.

 

풍요로움 속에 감사를 잃고, 스트레스만 쌓던 내 일상에 작은 쉼이 되었다. 초등생 정도를 대상으로 쓰인 듯 하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그림과 글이다. 요즘 어린애답지 않게 세상에 시니컬해지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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