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박물관 순례》서평
oracle 2023/11/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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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박물관 순례 1
-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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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1-20
- : 10,482
《국토박물관 순례》가제본 사전 순례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창비로부터 미리 가제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유홍준 교수님의 최고 매력은 후루룩 읽히는 문체라 생각한다. 수년 전 들은 전공수업은 기억 안 나도 교수님들의 사담은 몇 년이 지나도 생각나는데 유홍준 교수님 책이 꼭 그렇다. "썰" 풀듯 늘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들을 따라 가노라면, 노포에서 노교수가 맛깔나게 풀어놓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시대순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한 파트 안에서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시간을 초월해 넘나든다. 예를 들어 30만년 전 연천 전곡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고구려성을 거쳐 조선 시대 겸재 정선이 그린 《연강임술첩》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저자 특유의 찰진 필력으로 고고학과 역사지리학, 순문학과 미학을 넘나든다.
울산 언양(저자 가라사대 "여기보다 국토박물관 선사시대 유적지로 안성맞춤인 곳은 없다")에 반구대 암각화를 보러 가서 천변을 따라 가다 조선 시대 문인들의 향취를 느끼고. 시간을 2000년으로 돌려 '압록 두만강 대탐사단'의 일원으로서 고구려 유적지가 있는 만주땅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20세기 초 독립운동사를 훑고 압록강 철교를 바라보며 북한 주민들과 정겹게 대화도 나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기 위해 남북이 힘을 합친 것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집안의 고분군과 태왕릉, 광개토대왕릉비, 모두루 무덤까지 답사하며 1권은 끝을 맺는다.
교수님의 대표작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때도 느꼈지만 이번 책도 다 읽으면 여행이 땡긴다. 《국토박물관 순례 1, 2》만 달랑 챙겨 기차에 몸부터 싣고 싶다.
본문 중, " 김정한 작가의 소설 전편에 녹아 있는 인간애와 낙동강변의 정겨운 풍경 묘사는 나의 삶과 글쓰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p.111)고 하는데 과연 그런 것 같다. 《국토박물관 순례》에선 사람 냄새가 난다. 자신의 유골을 전곡리 유적지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긴 발굴단장과 그 뜻을 따른 제자와 발굴단의 일화가 기억에 남는 것도 그렇다.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앞으로의《국토박물관 순례》시리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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