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명랑걸우네님의 서재
  •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 데브라 N. 맨커프
  • 27,000원 (10%↓1,500)
  • 2026-10-15
  • : 1,93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는 무척 도발적인 제목이 붙어있다. 「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얼마 전 읽었던 같은 미술사 책만큼이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참고로 그 책의 제목도 강렬했다.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

 훔치다 만큼이나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표지 자체도 마치 예술작품 같다. 그리고 표지 가운데로 한 쌍의 눈. 누구의 눈일까?

​

 책의 제목이 도발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단연, 훔치다는 의미가 우리에게 절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이 책에서 훔치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것 같다. 책의 도입부부터 저자는 우리에게 훔치다의 정의를 새롭게 만들고 시작한다.

모방하는 것은 일시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돌려줄 의도를 전제로 무언가를 취하는 행위다.

반면 훔치는 것에는 그러한 전제가 붙지 않는다.

일단 취하면 자신의 것이 된다.

정당하든 그렇지 않든, 훔친다는 것은 새로운 소유를 의미한다.

​

​



​

​마치 한 권의 평론서처럼 글자가 생각보다 빼곡하다.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속 시원하게 큼직하다. 도입부의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최초의 만찬이다. 이름도 비슷하고, 배치도 비슷한 이 두 작품을 통해 독자는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야금야금 맛보게 된다. 과연 타바레스 스트라찬의 최초의 만찬은 모방일까, 훔친 걸까? 전체적으로 검은색 도장에 눈에 띄는 금박들이 있다. 최후의 만찬과 배치는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마주하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는 최초의 만찬을 만들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살았던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들을 작품 안에 배치한 것이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작품 속에서 한자리에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이 최초의 만찬인가 보다.

​

​



​

책 안에는 우리가 마주했던 많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그림을 알려주지도, 이 부분을 베끼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안에서 또 다른 예술의 바탕을 만들어낸다. 같은 그림을 그대로 혹은 비슷하게 따라 그렸다면 만나지 못했을 새로움을 우리는 맛볼 수 있다. 바로 그게 훔친 것의 정의다. 유달리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렘브란트 판레인의 자화상을 훔친 귀스타브 쿠르베의 자화상은 무엇에 놀란 것인지 큰 눈을 뜨며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다. 같은 자화상이지만, 렘브란트가 담은 것과 쿠르베가 담은 것은 다르다. 새로움이 일어난 것이다.

​

 이 책의 서두에는 피카소의 한 문장이 등장한다.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그의 이 말은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었을까?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아비뇽의 여인들. 이 작품은 그럼 무엇을 훔친 것일까? 책에는 피카소가 폴 세잔의 대수욕도의 영향으로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렸다고 말한다. 이 책에도 피카소의 그림과 세잔의 그림이 앞뒤로 등장하는데, 같은 구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피카소의 영향을 받은  제니 새빌의 시프트와 클로데트 존슨의 아프리카 가면들과 서 있는 인물도 등장한다. 비슷한 듯 다른 작품들을 같이 마주하니 이 책의 의도가 더 정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

  어린 시절에 본 그림이나 작품이 결국 화가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그 작품에서 마주한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이 책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만날 수 있다. 대단한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내고 고전의 틀을 깼던 뒤샹과 그런 뒤샹의 그림이 늦게 도착하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 새로운 그림을 창조해낸 파카비아의 일화는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

정말 위대한 예술가는 다른 작품을 통해 나의 곳을 오롯이 드러내고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고, 이 책에서 만난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어냈기에 지금까지도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