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가 개봉해서 인기를 얻었다. 오래전 오디세이아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트로이전쟁을 마친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한 오디세우스의 10년의 고난의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전쟁의 영웅이었던 오디세우스는 왜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10년이나 걸렸던 것일까? 바로 신들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물론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이 책을 읽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한편으로 오디세이아를 읽었지만, 그 의미와 깊이를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 책의 저자인 호메로스가 시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음악가에는 귀가, 작가에게는 눈이 생명일 텐데, 그런 불편함 속에서 그는 참 대단한 작품을 남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세우스가 겪는 고난 역시 놀라웠다. 그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포기할법한 순간이 계속 몰아치지만 그는 좌절하고 낙담하지 않았다. 스스로 뗏목을 만들고 노를 젓는 사람이었다. 오디세우스에게 뗏목은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이타카로 가는 여정의 시작이자 유일한 통로였다. 물론 무언가는 시작하고 꾸준히 하는 것은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고 감정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한 가지를 알고 있었다.
남이 만들어준 것은 남이 가져갈 수 있지만, 내가 만든 것은 실패해도 내 안에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뼈대가 된다.
이타카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잠깐 한눈을 판 사이 결국 주머니를 열었던 부하들에 의해 다시 세상 끝으로 내쳐짐을 당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다른 해석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나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 부하들을 탓하기 급급했었는데 저자는 그 부분을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않고 나태해졌던 마음가짐에서 문제를 찾았다. 우리 역시 그렇지 않은가? 이제 다 왔다는 안도감이 나태함으로 변하여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되는 것 말이다.

오디세이아의 각 내용과 함께 그 부분을 읽으며 깨닫게 되는 묵직한 교훈들이 꽤 많이 담겨있다. 식인 거인 폴리페모스의 동굴 안에서 부하 두 명이 죽고, 거인에 의해 처참하게 시신이 난도질 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는 무모하게 칼을 빼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부분 역시 저자의 새로운 해석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무언가를 뒤집어야 할 순간에 필요한 것은 당장의 복수나 분노가 아니라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이라는 것. 오디세우스는 그 순간의 분노를 분로로 쓰기보다는 저장해두었다. 그리고 감정을 정확하게 써야 할 때 사용했다. 결국 그랬기에 오디세우스는 그 동굴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 파이아케스에서 일 역시 그렇다. 모든 것을 잃고 처절히 밑바닥까지 추락한 오디세우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그 밑바닥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 보다 그 고통을 뼈대 삼아 진정 자신의 것들을 채워나갈 줄 알았다.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던, 타인이 그 상황에 처했던 섣부른 위로보다는 스스로 삶을 세워나갈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자. 그리고 그 끔찍했던 기억이 언젠가는 내 삶의 진정한 뼈대를 세워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남이 만들어준 것은 남이 가져갈 수 있지만, 내가 만든 것은 실패해도 내 안에 흔적으로 남는다.
그 흔적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뼈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