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동화를 참 좋아했다. 전래동화의 대부분이 다 그렇게 시작해서 였을까? 그 시간만 되면 TV 앞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느 분야든 스토리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각종 오디션 프로에서 상을 탄 사람 중에 스토리가 없는 사람이 과연 하나라도 있을까? 같은 노래를 불러도, 스토리가 있는 가수의 노래는 관객의 심금을 더 깊이 울린다. 그게 바로 스토리가 주는 힘이다.
이 책의 등장하는 화가들도 그렇다. 그들의 작품 속에 담긴 스토리는 작품을 독자와 더 친밀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더 선명하게 기억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화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스토리가 더 또렷한 작품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단다.

이 책에는 시대별로 참 다양한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여성 예술가라는 사실이다. 음악도 미술도 남성의 전유물처럼 느껴졌었는데, 이 책에서 만난 많은 여성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예술가들이 많았다. 또한 그들의 스토리가 겹쳐지니 더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 같다.
책의 시작을 장식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에 대해 카이사르의 용기를 가진 화가라는 부제가 붙었다. 책의 처음 등장한 (수산나와 두 노인>의 스토리를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괴로워하고 수치심과 저항을 하는 수산나의 모습 속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화가는 두 노인이라는 제목과 달리 검은 머리를 한 남성을 그린다. 그 사람은 자신을 겁탈했던 타시였다. 타시는 아르테미시아의 아버지이자 화가인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와 공동 작품을 만들고 있는 화가였는데, 원근법을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그녀를 겁탈한다. 하지만 결혼을 빌미로 그녀를 농락했던 그의 진실을 알게 된 아버지 오라치오는 타시를 강간죄로 고소했고, 결국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후원자들의 힘을 힘입어 금세 풀려난다.
아르테미시아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복수를 작품을 통해 표현할 줄 아는 화가였다. 또한 왕실 화가로, 여성 최초로 한림원 회원이 된 아르테미시아. 하지만 그녀의 삶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자신의 작품을 대놓고 추천한 루소. 그의 그림은 참 많은 비아냥을 받았다. 정식으로 미술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40세가 넘어서야 그림을 그리게 된 루소의 그림에 주목한 사람은 바로 피카소다. 우연히 단골 골동품 가게에서 헐값에 <한 여인의 초상>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피카소는 루소를 위해 '루소의 밤'을 열어줄 정도였다. 또한 자신의 그림이 팔릴 때마다 루소의 그림을 계속 구매했다고 한다.
사실 루소는 그림도 잘 그렸지만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약했고, 작곡도 했다고 하니 미술뿐 아니라 음악에도 상당한 재능 가진 예술가였다. 첫 아내와 두 번째 아내 그리고 8명의 아이들을 앞세운 큰 슬픔도 경험했던 그는 결국 피카소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기록된다.
그 밖에도 책에서 유일하게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화가 나혜석의 삶은 참 안타까웠다.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고 말하고 싶기만 하다. 예술가로 재능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단당하고, 그런 세상을 향해 계속 용기 있게 소리칠 수 있었던 그녀의 마지막은 서글프기만 했다. 물론 과거보다 여권이 신장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잣대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1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 하지만, 여전히 그 안에 담긴 깊은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의 그림이 만날 수 있다니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책의 말미에는 해당 화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 주소와 교통편, 약도가 같이 기재되어 있기에 실제로 마주할 시간이 된다면 실제 그림을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