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아직 깊이 있게 만난 적이 없어서인지, 딱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2번 이상 읽었고, 에곤 실레의 그림은 미술사와 명화 관련 책을 읽으면서 보긴 했지만 그들의 이미지는 글쎄...
세계문화전집의 두 번째 주인공들인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시리즈는 전혀 닮지 않은 것 같은 두 예술가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도 이들의 공통점을 마주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린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지독한 두려움을 경험하며 자란 프란츠 카프카와 매독에 걸린 아버지로부터 옮아온 병으로 형제들의 죽음을 여러 번 목격한 에곤 실레. 그랬기에 카프카는 아버지의 큰 그림자 앞에서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정도가 된다. 번번이 결혼은 어긋나고 만다.
그런 카프카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그가 쓴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속에 담겨있는데, 원망의 마음들이 정말 가득해서 읽으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아버지의 굴레들과 지독한 폭력성, 양육방식 등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가하는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변신 속의 그레고리 잠자의 아버지 역시 뭔가 실제 자신의 아버지를 투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에곤 실레의 그림은 유난히 나체의 모습이 많고, 뼈가 앙상하고 뒤틀린듯한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그에게는 늘 죽음이라는 공포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그림은 당대에 그리 인정을 받지 못했다. 가출한 13살 소녀 타티야나 폰 모시크가 자신을 빈으로 데려가달라는 부탁을 하고 결국 실레는 당시 동거하던 모델 발부르가 노이질(발리)와 함께 소녀를 데리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그다음 날 소녀는 마음이 바뀌고, 소녀의 아버지가 경찰에 실레를 신고하는 바람에 그는 구속된다. 실레의 작업실에서 100점이 넘는 그림을 압수했는데, 사실 그 그림의 대부분은 경찰이 눈에는 외설물로 보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중 한 점은 실레가 보는 앞에서 태워지기도 한다.
유달리 자신의 자화상을 많이 그린 실레. 그에 대한 저자의 한 줄이 마음에 와닿았다.
에곤 실레는 거울 앞에 가장 오래 서 있던 화가였고,
거울 속에서 가장 적나라하고 솔직한 자신을 찾으려 한 화가였습니다.

1912년 겨울 카프카는 변신의 첫 문장을 쓰고 있었고, 실레는 거울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종이 위에 그리고 있었다. 이 둘은 실제 만난 적이 없지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자신이 겪어낸 이야기를 글로, 그림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쪽은 '어느 날 아침 그레고리 잠자가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위에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썼고,
다른 한쪽은 마치 '벌레'로 변한 듯한 인간의 몸을 그렸습니다.
닮아 보이지 않았던 이 둘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비로소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들 역시 이 두 예술가를 한 책을 통해 만나며 그들이 작품을 통해 녹여냈던 아픔의 기억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이 둘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