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로마 황제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여럿 있는데, 로마 황후?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다. 역사에서 그녀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으로 취급했기 때문이겠지만, 이 책에서나마 그녀들은 주연이 된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몇몇 권력을 거머쥐었던 여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여인들은 유달리 역사 속에서 악역으로 묘사된다. 천추태후, 인수대비, 장희빈... 왜일까? 그녀들은 왜 다 그렇게 매정하고 표독하고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들로 묘사되었을까? 아무래도 역사는 남자들의 관점에서 쓰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 편으로 안타까움이 남기도 하다. 누구나 공과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보다는 과만 기록되어 있는 모습이 씁쓸해서다.
사실 이 책 안에는 참 다양한 모습의 황후들이 등장한다. 남편 혹은 아들이 황제가 되었기에 그나마 그녀들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것이겠지만, 그녀들의 역할에 따라 황제가 선정을 베풀었던 인물로 남아있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황후는 로마의 첫 번째 황후라는 별명을 가진 리비아다. 그녀의 남편은 옥타비아누스다. 책에 등장한 많은 황후들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그녀는 사실 옥타비아누스의 아내가 아니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임신 7개월에 전 남편 네로(우리가 아는 그 네로 황제는 아니다.)의 아이를 임신한 채 옥타비아누스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당시 그녀는 이미 네로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낳았던 상황이었다. 리비아를 보고 반한 옥타비아누스는 결국 자신도 이혼하고, 리비아도 남편과 이혼한 후 그녀와 결혼을 한다. 그렇다면 그녀 뱃속에 있던 아이는? 출산을 하자 그를 친아버지 네로에게 보냈단다. 이렇게 쿨할 수 있나? 근데 이렇게 만난 이 둘은 꽤나 잘 맞았다. 우선 리비아는 황후가 되고 나서도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을 이어나간다. 황제의 진수성찬이 아닌 빵과 과일, 생선, 치즈 정도로 평범하고 흔한 식사를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이 정치를 잘 이어나가도록 여러모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녀의 조언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도 여럿 있다고 한다.

책 안에는 무척 유명한 남편과 아들을 둔 황후들이 등장한다. 네로의 어머니인 그 유명한 아그리피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아그리피나는 황후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재혼이다. 전 남편인 크리스푸스 피시에누스가 사망하면서 남긴 막대한 유산 덕분에 아그리피나와 네로는 아주 부유한 귀족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권력에 눈을 뜬 후 재혼을 한 상대는 바로 클라우디우스다. 그리고 클라우디우스 다음으로 황제가 된 것은, 아그라피나의 아들인 네로였다. 여기서 자신의 아들 네로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 아그라피나가 남편 클라우디우스를 독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바로 죽이면 티가 나니까, 서서히 죽는 독약을 탔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죽일 생각으로 그랬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측근인 의사를 통해 남편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것만 해도 남편을 죽이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권력을 지켜 아들에게 줬건만, 아들에게 당대 최고의 철학자인 세네카를 가정교사로 붙여줬지만, 그녀는 5년 후 아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하고 만다. 그녀가 황제의 어머니로 누린 시간은 고작 1년에 불과하다니... 이런 걸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걸까?

사실 책 안에 등장한 상당수의 황후들은 로마의 귀족의 딸이거나, 그래도 힘이 있는 집안의 딸이었다. 하지만 동방의 여인으로 황후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율리아 돔나라는 이름의 황후다. 그녀의 남편은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살았을 그녀에게 로마의 황후 자리는 어땠을까? 다행히 그녀 역시 첫 황후였던 리비아처럼 검소한 생활을 하는 황후였다. 하지만 로마가 어떤 나라인가? 권력에 대한 암투와 쿠데타가 수시로 일어나서 하루아침에 황제가 바뀌는 나라가 아닌가? 그의 남편 세베루스가 사망한 후, 결국 그녀의 아들들은 공동 황제가 되지만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결국 둘의 싸움으로 둘째 아들 게타가 그녀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의 눈앞에서 큰 아들에 의해 둘째 아들이 죽는 것을 본 율리아는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뛰어난 문학과 철학 실력을 가졌던 그녀는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로마에도 적용하였고, 사교회를 만들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 율리아와 리비아가 비슷한 모습을 가졌다고 했는데,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계시 혹은 징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월계 나뭇가지를 물고 있던 닭을 물어가던 독수리가 닭을 리비아 앞에 떨어뜨렸다는 사실(그 월계 나무를 심어 나온 가지로 만든 관을 황제들이 대대로 썼다고 전해진단다.)과 세베루스가 시리아에 있는 처녀와 결혼을 할 것이라는 예언이 그것이다. 각색된 것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것이 계시 혹은 예언이라고 여겨졌을 테니 어떤 면에서는 이루어진 것 같기도 하다.
로마의 황후들이라는 제목에 너무 끌렸는데, 내용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영어식 번역이고, 문장 자체가 너무 길어서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결국 한 챕터를 읽고 검색을 해서 해당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다음 장을 넘어가는 식으로 내용을 겨우 이해한 경우도 많았다. 조금 더 쉽게 번역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이름이 같은 인물들이 너무 많다 보니,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 덕분에 로마의 황후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 좋았다. 역시 권력을 잘 활용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조언자와 도움을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존재다. 그리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황후의 삶을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