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 우리 모두를 나락으로 끌고 갔던 코로나19. 모든 것이 금지된 상황에서의 갑갑함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감히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사람. 그의 삶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마케팅 전문가이자 브랜드 전략담당 책임자, 소비자 심리학자인 스티븐 스타링 그랜트는 뉴욕으로 가던 길 하루아침에 하던 일에서 해고된다. 전화 한 통으로 Fire가 선언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그마저도 그의 상사로부터 "스티븐, 우리 둘 다 성인이니까 굳이 길게 얘기 안 해도 되겠지."라는 말로 해고를 통보받게 된다.
50세의 10대 딸들을 키우는 가장인 그는 그렇게 실업자가 된다. 전공을 살려 고향인 블랙스버그의 대학에서 강의를 해보고자 했지만, 그 또한 열리지 않았다. 그에게 일자리가(다시 말하자면 건강보험이) 바로 필요한 이유는 그가 전립선암 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일자리를 알아보지만, 살고 있는 지역 근처에서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주 1회 일하는 (보조) 우편배달부였다. 당연히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대학교수인 아버지를 포함)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루만 일하면 되기에, 나머지는 일자리를 찾는 데 쏟아부을 거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그 일은 주 6일을 쏟아부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무직의 화이트칼라로 살았던 그가 하루아침에 우편물을 분리하고, 배달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자신이 나고 자란, 지금도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말이다. 처음 스티븐이 마주한 직원들은 마을의 저택에 사는 그(이름만 들어도 그의 존재를 안다. 우편배달부의 정보력은 어마어마하다.)에 대한 상당한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동료들 관계에서의 색안경(?)도 쉽지 않은데, 익숙하지 않은 일에 나선 스티븐의 고군분투기가 책 안에 가득 담겨있다. 꽤나 자세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 또한 자신이 배달을 맡은 10구역(대학과 연구소가 산재된 무척 일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고객(?)들을 만나며 조금씩 진정한 우편배달부가 되어간다. 물론 매일같이 때려치우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많고, 그런 힘듦을 아내에게 토로하기도 한다. 적성에 맡지 않아 보이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고달프다. 그럼에도 스티븐이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그가 배달하는 우편물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의 방문을 행복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본인의 구역에서 일했기에 지인들을 만나기도 할 텐데... 그 상황에서 그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스티븐의 상황을 보면서, 나 역시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넘게 다니는 직장을 그만둔 후, 4개월이 채 안 되어 새 직장을 구했다. 이유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돌봄교실 요건을 취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성급한 결정이 주었던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 또한 돌아보았을 때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스티븐과는 다른 상황이었지만,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것 같은 것은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