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 척학 전집의 세 번째 시리즈의 제목은 훔친 부다. 한 가지 착각이 있었다면, 이 책의 제목을 세계"척"학전집 아니라, "철"학전집으로 봤다는 사실이다. 철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세계철학전집이라는 제목은 썩~마음이 가지 않았다. 이 한 자가 주는 의미는 왜 이리 큰 걸까? 타인이 척하는 건 싫지만, 내가 척하는 것은 좋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내로남불 아닌가? "척"한전집이라는 사실을 알고, 갑자기 책이 궁금해졌다. 그것도 훔친 부라니...! 궁금했다. 훔친 부는 뭘 말하는 걸까?

나름 경제학에 곁다리 전공을 했던지라, 그래도 경제학자들이나 이론, 용어를 조금은 들어봤다고, 한 번씩 경제학 책을 찾아읽는다. 그러다 아는 내용, 아는 인물, 아는 이론이 나오면 괜히 반가워진다. 근데, 조금만 깊어지면(경제학에는 왜 그리 그래프와 표가 많이 등장하고, 마치 수학처럼 미적분같이 생긴 게 자주 튀어나오는 건가!!) 갑자기 머리에 쥐가 난다. 만약 그런 미시경제학이나 거시경제학 같은 내용을 원한다면, 아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처럼 아무 기대 없이 책을 접했다면, 그 어떤 경제 서적보다 더 큰 감격을 맛볼지도 모르겠다. 우선 어렵지 않다. 재미도 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나도 모를 통찰력에 무릎을 치게 된다. 한편으로, 이 정도는 알고 접근해야 "척"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척의 깊이가 꽤 높다는 사실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책의 초반에 화환 이야기가 등장한다. 장례식장의 조화는 그나마 3일장(~5일장)이니, 적어도 꽉 채운 2일은 장례식장에서 버텨줘야 하기에 재활용이 그래도 좀 덜하지만, 30분~1시간만 버티면 치워지는 화환은 재활용이 많다고 한다. (결혼식 끝나기 전에 치워버리는 경우를 내 눈으로 직접 봤다. 이 경우는 과연 30분이나 버텼을까?) 그럼에도 화환 가격이 통상적으로 10만 원 가까이한다.(인터넷으로 하는 화환은 더 저렴하지만) 허례허식이라고 하지만, 없으면 아쉬운 게 화환이다. 근데, 그 가격을 알면서도 화환을 보내는 이유는? 그 안에, 그 가격에 관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결국 화환은 고인과 내가 어떤 정도의 관계인지를 나타내는 메시지다. 명품도 마찬가지란다. 그 가방이 오래도록 들고 다닐 수 있는 무쇠가방이어서가 아닌, 그 브랜드의 가격이 나타내는 메시지. 나는 이 정도 가방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란다. 덕분에 이해가 확 된다.
노동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 시간에 가격을 붙이는 것은 자본주의의 발명품이다.
그다음에는 땅이 상품이 되었다.
자본주의의 발명품이라는 노동. 세상의 모든 것은 양면성을 지니듯 자본주의 역시 그렇다. 과거 신분제에 매였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신분에 따라 의식주가 결정되었고, 평생을 그에 매여 살아야 했다. 하지만 상업이 발달하고 도시가 생기고 화폐가 생기면서 신분제는 무너졌고, 자유가 생겼다. (물론 또 다른 돈에 의한 계급이 생기긴 했지만...!)
돈은 인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수단인 동시에, 삶의 내용을 공허하게 만드는 힘이다.
짐멜의 역설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돈에 의해 우리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돈 때문에 또 우리는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이해도 좋았는데, 내게 얻은 척 중 하나는 돈을 쓰지 않는 이유를 찾았다는 것이다. 돈의 매력은 살 수 있는 물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있는 가능성에 있다는 것. 돈을 안 쓰면 가지고 있는 만큼 무한한 돈의 매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거 무조건 써먹어야겠다.)
이런 식으로 설명되는 내용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을 체크하다 보니 50개가 넘는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책 내용도 좋은데, 인사이트는 꼭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제목만 읽을 때는 어려워 보이는데,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막상 읽고 나면 이젠 척할 수 있겠다 싶다. 이 학자의 이론이 이런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강의보다 이해가 쉽고, 적용하기도 좋다.
솔직히 기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읽어서 그런지, 흠뻑 빠져들었다. 이걸 다 기억할 순 없겠지만(제목과 내용이 하나로 이어서 생각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렵다. 학자와 내용을 연결하면 무조건 척! 할 수 있다.) 적어도 무지에서 오는 안타까움은 줄어서인지, 시리즈의 다른 책도 궁금해졌다. 무조건 역 주행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