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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을 담다
명랑걸우네  2025/11/28 21:15
  • 사심을 담다
  • 홍순지
  • 16,200원 (10%900)
  • 2025-11-15
  • : 35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한번 꼭 읽어보고 싶었다. 제목에 적힌 한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역사를 좋아했었기에 짧은 연애 기간 동안 고궁 데이트를 종종 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아이를 데리고 종종 가까운 유적지 나들이를 했다. 그 영향인지, 아이 역시 역사를 참 좋아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먼저 살았던 조상들의 삶을 통해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역사를 교과로 배우게 되면, 교훈보다는 당장 답을 맞히기 위한 지식만은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된 후에 역사와 좀 더 가까워졌다. 요즘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어렵지 않게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시대다. 시중에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교훈을 찾도록 만들어진 책도 참 많다. 덕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이기에, 기왕이면 부모의 입장에서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교훈과 공감, 깨달음을 주는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내용들이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큰 아이와 한 번씩 부딪칠 때면 사춘기가 벌써 걱정이 된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양쪽 팔목이 안 좋아서 반깁스 상태로 출산 일주일 전까지 출근을 했었기에, 출산 후 혼자 아이를 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집 순이임에도 심한 산후우울증에 아이랑 같이 울기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면서 울기도 했다. 몸이 약한 저자 역시 청소를 하는 것도 버거워서 하다 쉬는 날이 많았다는 말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 안에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육아와 직장 그리고 살림의 세 마리 토끼를 씩씩하게 잡았던 엄마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쌓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는 것도, 회사 일을 하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자꾸 구멍이 생기고 어는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모습에 울컥울컥 자괴감이 쌓였다. 만약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 시기를 조금은 힘들지 않게 보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성군으로 일컫는 세종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그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도 없고 잘할 필요도 없어.

그저 성실하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 되는 거야.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완벽함보다 성실함에 더 가치를 두고 살았으면 좋겠어.'

 아들에게 건넨 이 한마디는 내게도 큰 울림이 되었다. 세종도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신하에게 일임해야 할 부분은 의정부 서사제로 전환했고, 건강이 악화된 치세 말기의 8년은 아들 문종이 대리청정을 하기도 했다. 무조건 내가 다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결국 다른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세종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울림이 되었던 것 같다.



 세상을 살 때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직도 광해군을 향해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 광해군은 기회주의자일까, 현실주의자일까? 병자호란의 빌미를 제공한 인조의 외교정책의 전면에는 조선 사대부의 꼬장이 있었다. 저자는 꼬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꼬장이라 부르고 싶다. 실리가 아닌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꼬장을 지켰던 대가는 참혹했으니 말이다. 


 사춘기 아들과의 트러블이 예로 등장한다. 갑작스럽게 가출을 감행하는 아들에게 평소 쓰지 않던 속어까지 사용해서 겨우 말렸던 엄마. 하지만 마음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다행히 아들 역시 같은 고민을 했나 보다. 결국 10분의 실랑이 끝에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 아들을 보고 엄마는 안심과 함께 잘 참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후에 이야기했다고 한다. 

 

 만약 자존심 때문에 아들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세 보이고 싶어서 치기 어린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조선의 사대부들도 알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선택의 결과에 대해 말이다. 그럼에도 당장의 자존심이 아닌 백성들을 보는 눈을 가졌다면 또 다른 모습의 조선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역사인물의 삶의 교훈을 내 삶으로 끌어와서 대입하면서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을 반추할 수 있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주는 책을 통해 엄마로의 삶이 조금은 덜 어려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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