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도 저 낙엽처럼 살아가는 것 같구나.
봄에는 새싹으로 돋아나고, 여름에는 풍성하게 푸르러져서 뜨거운 햇살을 견뎌 낸 다음,
가을에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지.
그러곤 겨울을 앞두고 떨어질 준비를 하는 거야.
어떻게 하면 멋지게 떨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겨울이 되면 낙엽은 내년 봄을 위해 차가운 눈을 온몸으로 막으며 땅 속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거지.
제목도 궁금한 고추장 심부름은 내가 자주 가는 인터넷 서점 광고로 먼저 마주했던 작품이다. 어디로 고추장 심부름을 간 것이고, 누구의 심부름일까? 궁금하던 차에 책을 만나게 되었다.
궁녀인 설 소복은 갑작스러운 양 상궁의 부름을 받는다. 혹시 혼이 날까 봐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양 상궁을 만나러 간 소복은 궁에 입궁하기 전 할머니가 주신 고추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실수록 소복이의 고추장을 임금의 수라에 올렸는데, 아들의 일 이후로 수라를 먹지 않던 임금이 한 그릇을 다 먹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혹시 고추장을 더 구할 수 있는지를 물었던 것이다.
갑작스러운 고추장 심부름에 소복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집으로 향한다. 소복이로 부터 고추장 심부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당혹스러웠다. 사실 그 고추장은 할머니가 만든 게 아니었다. 그리고 남은 고추장은 작은 그릇 하나 정도 밖에 안 남았다. 소복이의 할머니는 고추장을 만들게 된 사연을 소복이에게 들려주기 시작한다.
사실 소복이네 집은 가난했기 때문에, 고추장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눈이 많이 오는 추운 겨울날, 다리를 다치고 쓰러져 있던 백발의 노인을 돌봐주었는데, 그 노인이 보답으로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를 잔뜩 가지고 와서 같이 고추장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동네에 대가 댁에서 정월에 고추장을 담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소복이는 할아버지가 준 정보를 가지고 서릿골에 산다는 가막이라는 노인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복이의 바람과 달리 노인을 찾는 길은 쉽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다 강에 빠져서 죽을 뻔하기도 하고, 산길을 헤매기도 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덤가였는데, 무덤을 지키는 사람이 건네주는 파란 밥을 먹지 않고 도망을 치다 다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서릿골에 도착한 소복이는 눈물 콧물을 흘리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알고 보니 매운 땡초 고추를 먹어서였는데, 아이가 안쓰러웠던 소복이는 선물 받은 엿을 아이에게 건넨다.
우여곡절 끝에 고추장 담는 법을 배워온 소복이는 이 일로 임금을 만나게 된다. 고뿔(감기)에 걸린 임금의 입맛을 살려준 고추장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복. 그리고 그 이야기는 상선과 양 상궁 그리고 세손 저하에게까지 전해지는데...
사실 책을 읽다 보면 이 이야기의 배경이 조선의 영조 시대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뒤주에 가둬 아들을 죽인 아버지 영조와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 손자 정조의 이야기 안에서 소복이의 고추장 심부름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기에 털어놓지 못해서 가슴 앓이를 하는 할아버지와 손자는 소복이의 고추장 심부름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서릿골 가막 노인이 적어준 글자를 보고 비로소 그 뜻을 깨우치게 된다.
모험 같은 소복이의 고추장 심부름과 상처를 조금씩 드러내고 결국은 서로를 보듬어 안는 영조와 정조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도, 따뜻한 기운을 받게도 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