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이한 이름의 작가,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그녀의 신작이 무척 반가웠다. 혹시 여기서 티팔이 진짜 필명인가 하는 분들을 위해... 팁을 살짝 주자면(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내가 쓴 서평을 읽고 아! 하고 떠올랐다.)
티팔이란?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에서 따온 정신과 은어.
전 작(정신과 박티팔 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 관찰의 기술)이 자신의 직업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일상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그중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만화였고, 만화 역시 박티팔씨의 작품이었다. 아이가 셋인 그녀의 육아 이야기라길래 솔직히 기대가 되었다. 육아를 본인의 전문성(저자는 임상심리사다.)을 살려서 어떻게 표현해 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 장에서 던진 유머 코드와 4차원 세계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얼마나 피식할만한 유머가 많을 지도 궁금했다.

사실 책 안에는 대놓고 박티팔씨의 가족 이야기를 가명으로 등장시킨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펼쳐지는 가족 이야기이기에 짠한 구석도 있지만, 그 짠함을 유머로 승화시킨 그녀의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화가 나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보면 공황장애까지 겪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서는 풀어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본인이 정신과 임상 심리사이면서도, 답답한 속내를 풀어내지 못했던 걸 보면 안타깝기도 했고 한편으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책 안에 담겨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위에 있는 막내 도도와의 사연이었다. 아이들이 많다 보면,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가지고 상처를 입고 삐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 집 둘째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엄마는 언니만 사랑하고...**이는 안 좋아하고...!"다. 오히려 주변에서 볼 때 너무 둘째만 편애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둘째한테 눈이 간다. (큰 아이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잘 해내는 데 비해, 둘째는 여전히 구멍이 많고 질투도 심하다.) 나 역시 책의 주인공 나보희(나뽕희)씨 처럼 따로 둘째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방법이 제일 잘 먹히긴 하다.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좋아하는 간식 혹은 작은 선물)이 제일 잘 통하는 것도...ㅎㅎ
뿐만 아니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이 책의 제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중학생 딸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거는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중학생은 성인(사람)이 되지 않았기에, 그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부모들은 아직 성인(사람)이 되지 않은 아이를 성인(사람) 취급하면서 그에 맞는 행동과 생각을 요구하기에 둘 다 서로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아직 사춘기까지 시간이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과 동시에 점점 큰 소리를 내고 짜증을 내는 큰 아이를 보면서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 얘는 아직 사람이 아니지!! 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나 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데, 나 또한 아직 사람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기에 나봉희씨의 육아일기는 내게 웃음과 공감 그리고 교훈의 세 마리 토끼를 다잡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훗날 아이가 사춘기에 도래했을 때 꼭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도 나봉희씨처럼 아이에게 좋은 친구 같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