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 폴 오스터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내가 처음 만나게 된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책 안에는 유독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을 흐르고 있다.
책의 제목은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아내 애나를 떠나보냈다. 아내와의 이별은 갑작스러웠다. 파도가 센 날 바다로 들어간 애나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바움가트너 역시 파도가 세기에 애나에게 바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고집이 있는 애나는 바다를 향해 뛰어들었고, 그날 이후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평생을 같이했던 아내를 잃은 바움 가트너는 아내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뭔가를 하다가도, 집 안에 아내가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책의 시작은 노 교수인 바움가트너가 밤 10시가 넘은 시간 누나 나오미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거실에 나오자마자 탄 냄새를 맡게 된다. 불에 올려놓고 깜박한 오래 사용했던 냄비가 타고 있었고, 냄비를 만지다 손을 데인다. 그때 마침 전화가 울린다. 전화를 건 사람은 누나가 아니라 계량기 검침원 에드였다. 일을 막 시작한 그는 늦은 시간에 방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척 미안하게 생각하며 미리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걸려온 또 한 통의 전화. 바움가트너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플로레스 부인의 딸인 로지타였다. 아버지가 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급하게 가느라, 플로레스 부인이 방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전화였다. 아이를 다독이며 전화를 끊고 얼마 안 돼서 에드가 방문을 한다. 바움가트너는 에드와 함게 지하실로 내려가다가 넘어져서 무릎 부상을 입는다. 에드의 도움으로 겨우 거실로 올라온 바움가트너. 찜질할 얼음도 없는 상태지만, 에드는 바움 가트너의 상태를 부지런히 살핀다. 바움가트너는 그런 에드를 보내고 홀로 집에 남는다. 모두가 사라진 집에서 혼자 있다 보니, 바움가트너의 눈에 와닿는 것들이 있었다. 탄 냄비와 애나가 쓰던 타자기와 그녀의 원고들... 마치 이곳에서 애나만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마치 신체가 절단된 사람이 여전히 신체의 간지러움과 아픔을 느끼는 것처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움가트너에게는 애나와의 이별이 그렇게 느껴진다. 순간순간 무언가를 마주할 때마다 애나와의 기억이 불쑥 떠오르니 말이다.
애나가 남긴 원고들을 모아 읽던 바움가트너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었던 애나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 사랑했던 연인을 사고로 잃고 슬픔 속에 빠져있던 애나. 그리고 그렇게 찾아온 또 다른 사랑. 어느 날, 애나의 발표되지 않은 원고들을 연구하겠다고 바움가트너를 찾아온 주디스. 주디스는 바움가트너와 달리 사랑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이혼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디스와의 만남은 바움가트너에게도 또 다른 삶의 생동력을 불러일으키는데...
애나가 남긴 글들을 읽으며 바움가트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도 애나가 자신과 같은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에 공감을 했을까? 마치 로지타의 전화를 받고 절단된 두 개의 손가락을 떠올리는 장면이 아내 애나를 떠나보낸 바움가트너의 상황과 교차하면서 또 다른 느낌을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막상 이별을 했을 때는 그 슬픔에 사로잡혀 아픔을 모르는데, 시간이 지나 순간순간 무언가를 통해 떠오르는 기억들이 이별을 떠올리고 아프게 만든다고 한다. 노 교수와 연구자를 하나로 엮어 준 애나의 글들. 폴 오스터와 첫 만남이 이별에 관한 내용이라 더 깊이 각인되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