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도의 과정에 있어 첫 번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떠난 이를 잊을 방법은 없지만, 마음과 기억으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서가명강을 통해 만난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자다.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 죽음에 대해 더 생각하는 바가 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은 바로 죽음을 타인의 것이 아닌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20년 넘게 함께 했던 분인지라, 부고 문자를 받을 때부터 손이 떨리고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늦은 시간에 연락을 받아서 다음 날 장례식장에 갔는데, 정말 들어서면서부터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분의 가족들과 20년 넘게 가까이 지냈던 터라, 나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다 잃은 동생들을 보니 가슴이 무너졌다.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이제 한 달 여가 지났는데 그렇게 힘들던 마음이 덜 해졌다. 그분과 나의 관계는 2인칭과 3인칭 사이의 관계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그분의 가족을 지금도 만나지만, 아직도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다 해도, 죽음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수명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죽음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과거에 비해 웰다잉이나 죽음에 관한 학문이나 매체의 이야기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입 밖으로 꺼내기 부담스러운 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담아놓고 미뤄놓기만 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님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앞에서 말한 지인의 경우도 정말 작별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탄생은 미리 예측이 가능하지만, 죽음은 그렇지 않다. 5분 후도 모르는 게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죽음을 준비하면 오늘의 내 삶의 밀도가 더 촘촘해진다. 유한한 끝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의 삶의 질을 더 윤택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첫 장은 다양한 죽음을 통한 죽음의 실제를 만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애도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기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저자는 특히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라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 보다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글을 통해 표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 번째 장은 죽음 중 안락사나 존엄사 등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인정되지 않는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는 실제적인 예와 함께 등장하기에 좀 더 피부로 와닿게 느껴졌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은 기록하는 죽음, 즉 유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함께 곁들여진 30일 유언 노트를 통해 좀 더 명확한 죽음, 내가 실제로 준비하는 죽음 등에 대해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후, 아빠와 유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미 아빠는 내가 10대 때부터(지금이야 화장이 낯설지 않은 장례방법이지만, 당시는 거의 매장이 주를 이루었을 때다.) 본인이 세상을 떠나면 꼭 화장을 해달라는 말을 하셨다. 십여 년 전, 할머니가 오랜 연명치료를 하시다 돌아가셨을 때 아빠는 장례식장에서 본인은 절대 연명치료를 하지 말아 주기를 부탁하셨다. 이제 아빠가 70이 되셨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작년에 돌아가신 큰아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워낙 오랜 시간 애틋했던 형제인지라,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아빠의 말이 마음에 와서 박혔다. 돌아가셨을 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이 더 짙어져서 자꾸 우울해진다는 아빠의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다행히 가까이 살아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보는 아빠인데, 좀 더 내가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나 역시 우리 아이들에게 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씩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지막을 나 스스로 준비하면서, 또한 내 매일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