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안중근 의사에 관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그즈음 안중근 의사를 다룬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그전에 내가 아는 안중근 의사에 대한 지식은 조선의 총독으로 와있던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저격한 것과 네 번째 손가락이 한 단이 잘린 손도장밖에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었음에도, 안중근을 실제로 만난 다양한 인물들의 입장에서 기록된 책을 읽으며 인간 안중근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타임슬립이 가미된 청소년 소설이다. 운동장에 있던 지환은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안경을 맞아 알이 깨지는 사고를 당한다. 급하게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받는 지환을 위해 기웅은 공을 찬 범인을 수소문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공을 찬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지환은 이상한 소리와 이상한 장면이 자꾸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 뒤,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학교에서 잠을 자겠다고 마음먹은 두 친구 기웅과 지환. 형의 편의점 알바 대타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기웅의 침낭에 누운 지환은 삽시간에 이상한 광경 속으로 빠져든다. 분명 학교였는데, 공간이 바뀌기 시작한다. 지환이 마주한 학교는 갑자기 채가구역이 되고 러시아 군인들에게 쫓기고, 하얼빈역이 되었다가 뤼순감옥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환은 뒤죽박죽된 시공간을 지나며 송죽회의 일원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등을 만나게 되고, 유동하로 분해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피부로 사건들을 직접 경험하기도 하며, 윤동주 시인과 심훈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책 안에는 지환의 경험뿐만 아니라 희곡이 등장한다. 문예부인 지환이 쓴 희곡인데, 그 장면 안에 바로 안중근 의사의 일과 헤이그 특사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사실 독립운동의 여러 현장을 옮겨 다니기 때문에 1909년에서 1933년으로 순식간에 시간이 옮겨진다. 보통은 한 시대로의 여행만 그려지는데, 이 책 안에는 정말 순식간에 시간과 공간이 옮겨지면서 독립운동가들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 잊히고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모습들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어린 10~20대인데, 어떻게 그런 큰일을 당당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에 다시금 가슴이 뭉클해진다.
역사의 순간을 직접 피부로 경험하기 전과 후는 삶의 가치관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그날의 경험을 오롯이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지환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사실 먼저 안중근 의사에 관한 책을 읽었기에, 유동하라는 인물에 대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많은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여전히 우리는 내 나라 내 땅에서 뭉클한 당시를 마주할 수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