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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걸우네님의 서재
  • 맨 앞차는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 다원
  • 11,700원 (10%650)
  • 2025-03-30
  • : 23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 그림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림책을 가장한 어른을 위한 동화다.  제목을 읽는 순간! 아이보다는 나를 위한 책이라는, 어른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운전대를 잡고 한껏 인상을 찌푸린 너구리를 보자마자! 또 이 책의 제목인 맨 앞차는 빨리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가 깊이 들어와서 박혔기 때문이다. 아마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보조석에 타고 있는 사람이라도 이 제목을 읽으면서 특정 몇몇 장면이 떠오르지 않은 적이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유난히 빨리빨리에 집착하는 우리는 내 예상대로 뚫리지 않는 길에서 분노 게이지가 차오른다. 왜 막히는 거야!를 넘어서 그 책임을 내 앞차에게 한다. 그리고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지면 분노는 점점 차올라서 급기야는 여러 가지 다양한 동물과 숫자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차선을 옮기며 결국 해당 사건의 원인 제공자를 발견하면, "저놈이 범인이었구먼!"을 시전하기도 한다. 사고가 난 경우가 아님에도 차가 막히는 이유 중 상당수는 나처럼 초보운전자라서 속도를 빠르게 못 내거나, 앞차와의 간격이 많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원인 제공자를 찾으려고 한다.


 이 책 안에도 길을 나선 너구리가 막히는 길 앞에서 화를 내면서 앞 차를 향해 간다. 너구리는 앞 차의 운전자가 느려터진 걸 보니 답답하기로 소문이 난 돼지 일 거라 예상을 하고 차 문을 열고 나선다. 근데, 정말 앞 차의 운전자가 돼지인 것이다! 막상 돼지를 보자 당황하는 너구리. 어디 가냐는 돼지에게 실컷 욕을 해줄 줄 알았던 너구리는 당황하며 길이 너무 막혀셔 맨 앞 차의 머뭇거리는 녀석을 혼내주러 가려고 한다는 말을 한다. 돼지 역시 답답함을 느끼던 차인지라, 너구리와 동행한다. 이번에도 돼지는 앞 차가 느린 걸 보니 느림보 거북이 일 거라는 말을 하며 차 문을 연다. 근데! 이번에도 예상 그대로 앞 오토바이는 거북이었다. 거북이의 모습에 당황한 돼지와 너구리. 이 둘은 거북이의 질문에 앞 차를 혼내주러 간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점점 앞을 향해 길을 나서는 운전자들. 이들이 잔뜩 욕을 하며 화를 품고 있던 것과 다르게 막상 앞 차의 운전자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나면(?)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예의를 갖춰서 혹은 친절하게 이야기를 꺼낸다. 결국 이들은 점점 앞차 운전자에게 모든 분노를 모으며 앞 차를 향해간다. 과연 분노 게이지는 정말 제일 앞 차 운전자에게서 터지고 말 것인가?


  사실 어느 때보다 가장 배려가 필요한 자리가 바로 운전석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운전을 하다 보면, 한 번의 실수가 또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보니 누구나 예민해지는 자리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양보를 생각한다면 분노 게이지를 덜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내 경우 이런 적이 있다.  갑자기 끼어들면서 빨리 가는 차를 볼 때 예전에는 같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는데 요즘은 "저 사람 설사나 급 X이 마려운가 보다.... 얼른 가라!" 이렇게 말하다 보니 나도 그렇고 같이 앉은 사람도 피식~ 웃으면서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책의 말미에 왜 이렇게 막혔는 지가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 운전자로 있을 때 보다 보행자로 있을 때가 더 많은데, 특히 매일 아침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차가 많이 다니는 작은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너야 한다. 나도 출근이 급한 아침 시간이라서 마음이 마냥 급한데, 아이와 함께 오는 나를 보고 가끔 먼저 차를 세워주고 수신호로 건너가라는 표시를 하는 운전자를 만나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고, 나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하게 된다. 이런 작은 배려가 그날의 하루를 따스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책 안에서 역지사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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