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분명 기도하지 않아도 내일은 오겠죠.
하지만 세상에 내일이 오는 것과 저한테 내일이 있는 건 다르니까요.
제목이 신기했다. 근데 내용은 더 신기했다. 차례만 훑어봐도 궁금증이 생길 지경이니 내용은 말해봤자 입만 아플 정도다. 매미, 염낭거미, 딱 정벌에... 소제목에는 꼭 곤충이 한 마리씩 등장한다. 그리고 제일 처음 만난 표제작의 제목 역시 매미 돌아오다다. 보통 단편소설의 경우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을 쓰는 편이고, 작품의 표지를 보기에도 소설이라고 적힌 걸 보고 단편소설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단편소설집은 맞다. 근데 등장하는 인물 중 접점이 있다. 그렇게 보자면 연작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제목에 등장하는 곤충은 해당 작품 속에서 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곤충이 실제로 무엇을 하고, 사건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지만 해당 사건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곤충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긴 하다. 일반인이 곤충의 습성을 알기는 쉽지 않을 터. 그래서 필요한 인물이 곤충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인데, 각 작품에 등장해 사건을 풀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곤충 애호가 에리사와 센이 바로 그 인물이다.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뿐 아니라,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과 친분이 있기도 한 이 인물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건 하나는 정확하게 잘 풀어낸다.
여러 작품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중동의 여행객인 한 남자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으로, 해당 이야기에 등장하는 곤충은 쇠똥구리(딱정벌레)다. 지인인 마루에의 초청으로 구네토무라의 습원의 펜션에 다니러 온 에리사와. 그날 예약되어 있는 인물은 아사르 와그디라는 이름의 외국인이었다. 고무보트 급류 타기 예약을 위해 길을 나선 에리사와와 마루에는 길에서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이들을 도와준 사람이 바로 아사르였다. 이들은 급류타 기를 하는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마루에가 그동안 펜션에 머무는 손님들에게 이곳을 많이 소개해 주었지만 본인은 해본 적이 없어서 체험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알바를 하는 가키모토가 오늘까지만 일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체험 전에 핸드폰이나 귀중품은 카운터에 맡기라는 가키모토의 말에 아사르는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펜턴트를 맡긴다. 급류타 기를 마치고 펜션으로 돌아온 이들. 아사르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태양을 섬기는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 해가 지기 전에 태양이 뜨는 쪽을 향해 기도를 올린다는 말과 함께 그가 소중히 여기는 펜던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쇠똥구리 모양의 펜던트는 친구들이 아사르를 위해 주문 제작해 준 소중한 물건이었다. 여기에 지식을 얹는 에리사와. 쇠똥구리가 똥을 발견한 곳에서 자신의 집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연구자들은 쇠똥구리의 몸속에 천체의 빛을 이용하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닌가 추측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사르 역시 기도 시간을 비롯해서 목욕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펜던트를 몸에서 떼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다음 날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진다. 아침에 아사르를 찾는 마루에는 그가 방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사르가 해가 뜨기 전 일찍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사르를 찾던 중, 같이 일하는 사에키로 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 마루에. 외국인 손님을 가려 받으라는 그의 말이 괜한 오해를 낳게 된다. 얼마 후 경찰로부터 아사르가 절벽에서 떨어진 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위에 작품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사건을 일으키는 데 가장 큰 문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건실한 청년으로 보였던 가키모토가 사실 외국인에 대한 악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등장하면서 해당 사건의 접점이 풀린다. 소중한 펜던트 안에는 사실 기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침반이 들어있었는데, 급류타 기를 하고 온 사이 일부러 가키모토가 그 나침반을 고장 낸 것이다. 그러고 나니,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이 체크아웃을 한 후에 시계가 고장 났다는 등의 클레임을 걸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가키모토는 이 사건으로 위험에 처하게 되었던 것이다. 신기한 곤충들의 습성과 사건이 겹쳐지면서 해당 사건들의 뜻이 풀린다. 그 어떤 작품보다 신선했던 것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특별한 곤충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