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챗 GPT의 한 기능 때문에 광풍이 불고 있다. 바로 챗 GPT에 사진 한 장을 입력하고 특정 그림풍으로 변형해달라고 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서 사진을 만화로 바꾸어서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SNS 프로필의 상당수가 해당 그림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놀라웠다. AI가 이 정도까지 똑똑해졌다는 사실과 함께, 이젠 창작의 영역도 AI에게 빼앗기는 수준이 된 건가 싶어서다. 한편으로는 AI에게 주도권을 넘겨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근데, 그런 사회적 생각과 결이 다른 책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 인공지능 백신 맞았는데 아무도 똑똑해지지 않았다 제목의 인생명강 31번째 책이 바로 그렇다. 사실 제목 자체가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인공지능 백신이라는 말 때문이다. 제목만큼 책의 도입부도 상당히 난해했다. 문학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문체와 라임이 맞는 단어들이 꽤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막상 도입부를 지나 본론으로 들어가니 달라진다. 물론 라임에 맞는 단어들은 여전히 등장한다. 뛰어난 언어유희다. 이 또한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주제와 연결되는 것 같아서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순식간에 사진을 해당 명령에 맞는 그림으로 그려내고, 문제를 내는 족족 답을 맞히는 AI의 능력은 정말 감탄을 자아낸다. 이제 모든 분야에서 AI는 인간을 이길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건가? 창작의 영역은 그동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는데, 그런 부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내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허점이 있다. AI는 인간에 의해 입력된 정보에 한해서만 답을 유추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은유의 영역이나,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개체의 비교 등의 영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저자가 예로 든 결혼과 양파의 공통점이나 좋고 나쁨의 영역처럼 말이다.
왜 그런 걸까? 바로 이 영역은 직접적인 경험과 관계를 통해서 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자신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입력에 의해 답을 내기 때문에, 감탄은 이뤄낼 수 있지만 감동은 선사할 수 없다. 막상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나 또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속 단어들과 문장들을 통해 뽑아내는 공감의 영역에 나 또한 감탄보다 감동을 먼저 느꼈다.
책 안에는 참 다양한 우리의 삶의 영역들이 등장한다. 고민과 호기심 그리고 질문이 AI와 구별되는 인간의 지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데 나 또한 동의한다. 문제는 질문에 멈춰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더 통찰력 있는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고, 타인과의 관계와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자극을 받아야 한다. 관찰 고찰 통찰 성찰의 4찰을 통해 지식을 넘은 지성과 지혜를 이루어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은 AI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AI는 싸워야 할 적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도 아니다. AI가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은 AI에게 맡겨두는 대신, 인간의 고유한 영역은 더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 바로 그 몫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