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의 말은 빙산과 같아서, 드러난 언어 아래에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가 있다.
의뢰인의 말은 단순한 사실이 아닌, 그들 인생의 '문제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답을 줄 수 있다.
의학드라마 보다 법률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 병원 공포증이 있는지라 피 튀기는 수술 장면이 부담스럽기 때문이 크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뒷심이라고 해야 할까? 풀리지 않는 사건 앞에 결정적인 증거나 증인이 등장하면서 드라마틱 하게 해결되는 장면들이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근데 실제 법정에서는 드라마 속 장면처럼 극적이거나 자극적인 상황은 잘 안 펼쳐진다고 한다. 아직까지 법정 안으로 들어가 본 경험은 없지만, 하고 있는 업무 때문에 법원 사이트는 좀 익숙해졌다. 다행히 대학시절 전필로 법학 과목을 여러 개 수강한 덕분에, 그래도 알아듣는 용어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도 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우영우의 원작자라는 사실이 꽤 흥미로웠다. 책 안에 담긴 사건 중에서 실제 에피소드로 사용된 내용들이 있다고 하니, 드라마를 흥미롭게 봤다면 익숙한 사건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내가 직접 마주한 변호사들은 따뜻한 인간미보다는 자신이 할 일만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검사보다는 변호사가 덜 냉정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투자한 시간을 분 단위로 환산해 해당 비용을 추가할 정도로 인간미(물론 상담이나 업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주는 게 맞지만, 분 단위까지 환산하는 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네 직장도 초와 분 단위까지 맞춰가면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어느 직장이나 그런 칼 같은 룰은 없을 것 같아서다.)라고는 1도 없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근데, 이 책의 저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의외인 면이 많았다. 밤 12시에 울리는 SNS 알림에 반응하여 직접 밤에 상담을 해주고, 내용증명까지 작성해서 보내줄 정도라니...! 문서 하나하나에도 비용을 청구하거나, 본인이 수임한 사건임에도 상당히 귀찮아했던 얼마 전에 마주한 변호사들과 너무 달라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또한 그런 부분뿐 아니라, 정성을 다해 해당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저 사실관계만 파악해서 빨리빨리 해결하기 위한 문제로 의뢰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많이 들으려고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변호사는 대변하는 사람, 말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에, 어떤 면에서 저자의 말이 더 신선하게 들렸던 것 같다.
책 안에는 자신이 변호했던 의뢰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법률 지식과 자문도 담겨있다. 특히 이 책은 사회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런지, 여러 상황들이 공감이 가기도 했고 나나 지인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도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아쉬운 것은, 내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정당한 내 권리를 지키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 거부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 따뜻한 변호사구나! 하는 생각이, 또한 확실한 법률 지식이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읽어가면서 잘 만든 법률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소설 보다 더 다이내믹한 상황들에 정말 숨죽이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