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소담 클래식의 문을 연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들이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은 아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7편의 단편집이 담겨있는 이 책의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의 제목이 책 전체의 제목이 되었다. 아마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이 책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 "사랑의 학교"라는 만화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 각각의 단편만화가 사랑의 학교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선과 악의 교훈이 아주 명료하게 정리되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마치 바른생활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누구나 답을 쉽게 알고 있지만, 답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톨스토이의 작품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현대인들은 이 책에 반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이제는 착한 일을 하면 호구가 된다고 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찾아다니는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얼마 안 되는 것을 나눌 줄 안다. 오히려 부자들은 더 움켜지려고 하고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혈안이 된 모습들도 마주할 수 있다. 이는 이웃은 물론 형제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 안에는 기독교적 사상이 깊게 펼쳐져 있다. 성경을 읽다가 작은 자(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오는 예수를 대접하는 내용을 읽은 주인공은 창가를 통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푼다. 힘든 일을 하는 이웃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고, 가난하고 헐벗은 갓난아이의 엄마에게 목도리를 찾을 돈을 내준다. 그리고 그의 선행은 결국 성경에서 말한 작은 자의 모습으로 온 예수를 마주함으로 끝을 맺는다.
반면, 욕심의 끝을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땅 욕심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자신의 땅을 넓히고 지키기 위해 결국 이웃들과 적이 되어 외로움을 느끼는 주인공은 마을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다는 사실을 반갑게 생각한다.(자신이 더 이상 피해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이주한 곳에서 비옥한 많은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을 준비하고 자신의 땅을 팔아 가족들을 데리고 그 땅으로 간다. 주인공의 대접을 받은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땅을 내준다. 일정 금액을 내면 본인이 원하는 모든 땅을 가질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단, 하루 동안 걷는 땅에 한해서였다. 자신이 원하는 곳까지 가서 표시를 한 후 다시 원래 출발지로 돌아와야 하는 조건을 들은 주인공은 무조건 많은 땅을 소유하고 싶어서 쉬지 않고 걷고 또 걷는다. 과연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땅을 정말 소유했을까?
톨스토이의 작품들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깊은 여운과 교훈을 선사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나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닌 같이 사는 사회라는 사실도, 타인을 향한 배려는 결국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도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 하나의 선행이 과연 사회를 바꾸는 데 얼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한 사람이 모여서 결국 사회는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