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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사를 시대에 따라 옳은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윤희순 지사
몇 년 전 잠이 안 와서 켰던 티브이에서 짧은 다큐 식으로 나온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짧지만 내게는 무척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는 익숙한 이름이 아닌 인물들의 삶이 담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광복절 늦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던 게 그곳에서 소개해 줬던 인물들은 독립운동가였지만 무명처럼 낯설었던 이름들 때문이었다. 물론 그날 봤던 인물의 이름들은 다 떠오르지 않았다. 꽤 오래 잊힌 그 프로그램이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 준 책이 바로 이 책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주는 역사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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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위인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훌륭한 일을 했지만 잊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물론 책 안에는 이이나 정조, 신사임당처럼 익숙한 위인들도 있지만 윤희순, 정정화, 장계향처럼 이름조차 낯선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후세 다츠지나 호머 헐버트 처럼 외국인이지만 우리의 독립을 위해 힘을 더해준 인물들도 담겨있고, 역사서나 드라마를 통해 한두 번은 봄직한 귀화 외국인인 김충선, 박연 등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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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자신의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며 살았지만, 누군가는 제 것이 아님에도 마치 제 것인 양 빼앗기에 급급한 삶을 살기도 했다. 이 책을 읽던 중 한 연예인의 기사를 만나게 되었다. 그의 조상이 친일파로 상당한 땅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땅을 가지고 자녀들끼리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였다. 참 씁쓸했다. 이 책에서 만난 정정화, 이승훈, 이회영 같은 인물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자녀들은 춥고 배고프고 배우지 못한 설움을 가지고 살았지만, 일제에 굴복하여 그들의 비율을 맞췄던 친일파들은 그때 쌓은 부로 여전히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책 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숙주나 한명회처럼 역사의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역사에 두각을 나타낸 각 시대의 왕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을 꼽자면 독립운동가 정정화라는 인물이었다. 책은 그녀를 임시정부의 안주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자신이 가진 재산은 물론 독립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년 동안 압록강을 6번이나 건너며 독립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대한 제국의 고위 관료였던 김가진의 며느리인 그녀는 시아버지 그리고 남편 김의한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임시정부를 위해 가지고 간 돈을 모두 내놓고, 모자란 자금을 위해 다시 국내로 들어온다. 물론 그녀가 김가진의 며느리라는 사실이 발각되고 모진 고문을 받지만 끝까지 입을 다문다. 그녀는 임시정부를 꾸려가며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묵묵히 도왔다. 아쉽게도 그녀의 가족들은 현재 뿔뿔이 흩어져있다. 그녀는 대전 현충원에 있지만, 시아버지는 상하이 만국공묘에, 남편은 북한 땅에 묻혔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까? 이 책 안에 담긴 많은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각자의 상황과 환경이 달랐지만, 동일한 것은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다. 책 안에서 느낀 뭉클한 여운이 마치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처럼 삶의 어둠을 밝혀주는 역할을 해 줄 것 같다. 편한 길을 찾기 보다 내 삶의 순간순간 삶에게 묻고 스스로의 대답을 찾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던 그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내 삶의 길도 묵묵히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