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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상하가 하나가 되려면 집단이 목적과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타이밍 때문이다.
평소라면 엄두도 안 냈을 손자병법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다분히 이 책 전에 읽었던 만화로 보는 손자병법의 공이 90%다. 나머지 5%는 새해가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 그리고 나머지 5%는 하드커버라는 점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겠다. 만화로 읽었기에 우선 흥미로웠고, 손자병법 하면 36계 줄행랑밖에 몰랐던 내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손자병법의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니 손자병법의 원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인 내용은 파악했으니, 조금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책을 펼치고 당황했던 것은, 큰 제목 손자병법만 읽고 부제인 "세상의 모든 전략과 전술"을 놓쳤다는 데 있다. 다행이라면, 그래서 얻은 게 또 많다는 점 때문에 후회는 안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손자병법은 기원전 6세기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에서 활약한 손무(손자)가 저술한 병법서다. 총 13편으로 구성된 이 책 안에는 1편 계부터 시작하여 13편 용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법이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기술된 병법서가 과연 현재도 통할까? 과거에 비해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일어난 현대에 말이다. 놀랍게도 통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통해왔고,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책 안에 기록된 많은 예시들이 손자병법의 이론을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부제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책 안에는 전 세계에서 그동안의 역사 속에 이루어진 다양한 전쟁들이 등장한다. 이순신 장군뿐 아니라 펠로폰네소스 전쟁, 나폴레옹과 알렉산더 대왕, 십자군 전쟁과 상브르강 전투, 제1.2차 세계대전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계사 속에 크고 작은 전쟁이 가득 담겨있다. 이 전쟁들은 바로 손자병법의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예시로 사용되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저자의 방대한 지식이었다. 사실 저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작년에 저자가 쓴 임진왜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꽤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번에는 보다 더 구체적이고 냉철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돋보였다. 왜 그를 전쟁 전문가라고 이야기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방대한 분량 속에서 기억에 남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전쟁을 이끄는 리더는 누구보다 냉철하고 예민하고 꼼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90%의 운과 10%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90%에 집중하는 경향에 대해 손자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그 10%의 노력에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자신의 과거의 경험에 집중해서 꼼꼼하게 현재를 평가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진다.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와 다른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할 수 있는 10%의 노력을 대충 한다면 당연히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를 위해서 뒤에서 전쟁을 판단하고 챙기는 인물들(회사라면 경영지원과 같은 회계 파트, 인사 노무 파트라고 볼 수 있다.)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면서 예를 든 인물은 삼국지의 제갈량이었다. 사실 그는 책사라고 하지만 병법에 능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히려 전쟁에 관한 것들(식량, 무기 등의 관리와 같은)을 챙기는 인물이었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장군만 있어도 안되고, 용맹한 군사들만 있어서도 안된다. 전쟁을 준비하는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아우러져야 승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