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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면 나이 듦이란 이상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인생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과거 인생을 24시간에 비유한 책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책을 읽을 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20대는 해가 뜨기 시작한 6시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으니... 현재 내 나이는 점심시간을 막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책에서는 80세를 생애 주기로 해서 계산을 한 것인데, 요즘은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니, 과거에 비해 시간이 조금 일러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인생의 오후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보자면, 점심시간부터 오후라고 볼 수 있긴 하지만, 책 속의 오후는 막 정오를 넘긴 시간보다는 늦은 오후 4시 이후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굳이 계산을 해보자면 100세를 기준으로 오후 4시는 60대 후반을, 80세를 기준으로는 50대 중반을 이야기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책은 오후의 시간을 맞이한 연령대 뿐 아니라, 오후를 준비하는 연령대 누구라도 함께 읽을만한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보는 이미지는 어떨까? 노인하면 요즘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노인들의 운전과 사고, 초고령 사회, 노인 빈곤 문제, 태극기 부대 등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노인은 뛰어난 지혜와 연륜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렇기에 문제가 있으면 마을의 노인을 찾아가 방법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많은 게 복잡하고 발전한 시대 속에서 노인들은 과거와는 다른 꼰대로 불리며 사회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뒷방 늙은이의 신세가 되었다.
책 안에는 노인하면 자연스레 연결되는 나이 듦, 질병, 인간관계, 인생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5가지의 주된 주제를 가지고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필요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철학자들은 과연 노년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책 안에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나이 듦을 지혜와 경험이 성숙한 때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지혜와 경험을 젊은 시절부터 오랜 삶의 이야기가 쌓여서 이룩된 것이다. 그렇기에 젊은이들에게 많은 경험을 통해 노인이 되는 삶을 살도록 권면(?) 하기도 한다. 또한 질병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니체는 질병의 좋은 점(?)을 이야기했는데, 질병을 통해 내 삶의 잘못된 습관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각 장의 철학자들의 이야기 안에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자의 말을 좀 더 쉽게 풀어내기에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나이 듦을 탓하지 말자. 병을 탓하지 말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노인도 사랑할 수 있고, 즐겁게 살 수 있다. 또한 노인이라고 위축되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긍정적인 생각이 때론 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마지막을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가고 있다. 언젠가 나도 노인이 된다. 그러니 그 삶을 재단하고 부정하지 말자. 대신 내가 보기에 좋지 않아 보였던 행동이나 말이 있었다면 그를 거울삼아 나는 똑같은 모습으로 살지 않도록 노력하자.
역시 인생의 오후에는 철학이 필요하다. 먼저 살았던 수많은 철학자들의 글을 통해 내 삶의 여정을 그려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괴로울 일도 가슴 뛸 일도 없이 평탄한 길을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우리의 평탄했던 인생은 갑자기 산길로 모습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