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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걸우네님의 서재
뱅상 식탁
명랑걸우네  2025/02/07 21:35
  • 뱅상 식탁
  • 설재인
  • 14,220원 (10%790)
  • 2025-01-13
  • : 775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뱅상 식탁은 제목만큼 신기한 그리고 신선한 스토리의 장편소설이다. 이름만큼 특이한 이 식당은 여러 가지로 주목을 받았다.

황폐하고 노인들만 살던 나문시 서현지구는 개발계획의 물살 속에서 신시가지로 거듭난다. 덕분에 집값도 오르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도 입점한다. 서현지구에서 가장 주목받던 10층 건물에는 약국과 학원, 편의점과 헬스장 등 생활 편의시설이 속속 입점한다. 그런 빌딩 9층에 뱅상 식탁이 있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한 달도 못가 레스토랑의 폐업을 점쳤다. 하지만 뱅상 식탁은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서현지구의 핫플이 된다. 이유는 특이한 구조와 영업방침 때문이다. 한 타임(런치/디너)에 4 테이블만 받는다. 그리고 미리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한 테이블 당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총 2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으로 들어가서 주방을 통해야 자리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각 테이블이 놓인 공간은 삼면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다른 손님의 대화를 들을 수 없다. 오직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은 주방뿐이다. 주방을 넘어 어두운 복도를 지나 손님들은 자신의 자리로 안내된다. 자리에 앉는 순간 핸드폰과 전자기기는 가지고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주인 몰래 가지고 들어온 카메라로 촬영을 한 것이 여기저기 올라가있다. 아마 이런 특이성 때문에 뱅상 식탁은 핫플이 된 것이리라. 참! 음식은 특이할 게 없다. 모조리 시판을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서빙과 요리 주인은 모두 한 사람 정빈승의 몫이다.

근데 놀라운 것은 이곳이 식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은 실험실이다. 주인인 정빈승 역시 실제 주인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머릿속의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비아냥 거리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릿속의 여자는 빈승에게 복권을 사라고 했다. 그리고 그 복권은 1등에 당첨된다. 그날 이후로 머릿속 여자의 목소리(그녀는 자신이 미미라고 했다.)를 듣기 시작한 빈승은 당첨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미미의 요청(미미 역시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도 누군가에게 고용된 피고용인이라고 말이다.)으로 뱅상 식탁을 연다. 미미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주문한다. 왜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일까? 인간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란다.

그날 뱅상 식탁을 찾은 손님은 대학원 동기인 수창과 애진, 모녀관계인 정란과 연주, 과거 동창이자 학폭의 가해자 엄마와 피해자 엄마가 되어 다시 만난 상아와 유진, 그리고 동갑내기 직장 선후배 성미와 민경이다. 보기에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한 상황을 토대로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수창은 교장선생 출신으로 과거 책을 낸 적이 있었다. 정년퇴임을 했지만 새로운 일을 찾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애진을 만나게 된다. 사실 수창은 자신이 모든 면에서 애진 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있다. 단지 애진에게 표현을 안 할 뿐이다. 남편을 사고로 잃은 정란은 혼자 연주를 키웠다. 문제는 정란이 사사건건 연주의 삶에 간섭하고 자신의 마음대로 연주를 좌지우지했다는 데 있다. 오늘 이곳에서 연주는 정란으로부터의 독립을 통보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 노는 학생이었던 유진은 전교 1등인 상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상아 역시 나쁠 건 없었다. 나름인싸인 유진 무리에 끼면서 괴롭힘도 없어졌고, 든든한 빽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진학한 상아는 유진이 불편했다. 더 이상 유진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상아는 얼마 후 대기업에 다니는 연상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낳은 아이 때문에 다시 유진과 재회를 하게 된다. 상아의 딸이 속한 무리의 아이들이 유진의 딸을 폭행했기 때문이다. 유진과 상아가 과거 친구였다는 사실을 들은 학폭 가해자 엄마들은 상아에게 유진과 만나서 사건을 무마시키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석사학위까지 있는 민경이 나문시의 작은 중소기업에 취업한다. 넘치는 스펙 덕분에 뽑기는 했지만, 얼마 견디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민경은 회사를 다닌다. 사수였던 성미는 동갑인 민경이 안쓰러워서 처음에는 민경을 챙겼다. 문제는 민경이 성미에게만 속 마음을 털어놨다는 것이다. 그 속마음은 모두 회사 사람들에 대한 욕이었다. 민경이 부담스러워진 성미. 하필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민경에게 잡혀서 뱅상 식탁으로 오게 된 것이다.

이들의 대화는 뭔가 편한 구석이 없다. 4 테이블 모두 갑과 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총성이 울리게 되고, 뱅상 식탁 손님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인간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처절한 민낯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그렇다. 폐쇄된 공간 속에서 서로에게 집중하라는 주문과는 달리 이들은 내 앞에 있는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겁지 않다. 결국 그런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자 그런 그들의 속내는 극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이한 상황을 그린 소설답게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그리 길지 않지만 색다른 맛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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