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명랑걸우네님의 서재
  • 최재천의 희망 수업
  • 최재천
  • 17,100원 (10%950)
  • 2025-02-03
  • : 8,720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인적으로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신뢰가 생긴 저자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최재천 교수인데, 그의 이름이 감수에 들어있으면 다른 책 보다 더 관심이 간다. 그동안의 저자의 책들을 통해 내 나름의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는 인문학자나 인문학 교수가 아닌, 생물학자이자 해당 분야의 교수이다. 그럼에도 그의 책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가득 느껴진다. 이 책에서 그가 과학자임에도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한 이유를 바로 어린 시절 읽었던 다양한 책들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책 속의 글도 참 부드럽게 읽힌다. 이쯤 되면 잘난척할만한데, 참 겸손한 필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교육자로 우리의 삶과 교육의 전반을 아우르는 글들이 책 안에 가득하다. 우선 꾸밈이나 어렵게 꼬는 것이 없어서 참 좋았다. 꼭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가득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최재천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책을 안 읽었을 것 같다. 이건 진짜 아쉬움에 적는 건데, 책 디자인이 너무 좀... 촌스럽다. 책 표지를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만들었다면 진짜 많은 독자들의 손에 잡힐 텐데... 아쉽다 정말!) 어느 장을 펴도 그렇다. 그렇다고 마냥 쉽고 좋은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고 있지도 않다. 냉철할 때는 또 엄청 아프게 꼬집는다. 하지만 그 또한 애정이 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라는 느낌이 가득하다.



사실 저자를 잘 모른다. 저자가 연구하는 분야와 나는 상당한 거리가 있고(나는 지극히 문과적 인간이다.), 그의 책을 몇 권 만나 본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 작이나 저자가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있었을 때 출간했다는 책도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 저자는 책 읽기를 상당히 강조한다. 그냥 편한 책 읽기가 아닌 문외한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를 읽으라고 한다. 처음에 한 권은 진짜 뭔 소리 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하지만 두 권, 세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단다. 그렇게 독서의 영역을 넓혀가야 진정한 독서란다. 이는 또 앞에서 말한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와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리고 이는 또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통섭과 숙론 과도 연결되어 있다.



통섭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는데, 막상 읽고 나니 과거 내가 서가 명강 시리즈에서 읽었던 크로스 사이언스라는 책이 떠올랐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학문의 대척점이라고도 여겨지는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지식적 소양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내 분야에만 그쳐서는 이제는 성공하기 힘든 것을 넘어 밥 벌이도 힘들다는 뜻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는 담장을 넘나드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월담하면 정학을 맞았지만, 이제는 월담을 해야 창의적인 인재가 됩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 같은 단어가 바로 소통이 아닌가 싶다. 너도 나도 소통의 부재를 문제로 꼽는다. 근데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저자는 원래 소통은 안되는 게 맞다고 이야기한다.

평생 동물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귀 기울여 온 연구자로서

이 문제에 대해 숙고한 결과는 싱겁게도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란다. 내 이익을 넘어 내 목숨을 걸고 타인의 이익을 지키는 사람이 흔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은 원래 안 되는 것이 정상이란다. 소통에는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서 생물학자답게 꺼낸 이야기에는 귀뚜라미 수컷이 등장한다. 10시간 동안 오로지 짝짓기를 위해 목숨 걸고 울어대는 수컷의 목적은 암컷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이어가는 것이란다. 한두 번 해보고 소통이 안된다고 외치는 우리들에게 귀뚜라미 수컷의 경험담(?)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래는 AI에게 직업을 빼앗기고, 정년이 사리지고 평생직장이 없어진다고들 한다. 우리의 교육은 매번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갈아치우는 현실과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각자의 다양성이 가득하던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는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사회에 나온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책 곳곳에서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AI를 이용하는 사람이 되고, 다양한 지식을 쌓아서 평생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의 삶의 모습을 이어가기보다는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체득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