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문에서 이데올로기로 빠지는 길을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짧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에서 학문으로 되돌아올 길은 없다.
철학이 '사변적'이라는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지만,
어쩌면 앎의 실질적인 향상을 무시하거나 전혀 방해하지 않고도 '
자연과학들'의 자기 역력 강화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인생 명언이라 할 만한 많은 문장들을 만날 수 있겠다!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은 명언들이 가득 차 있는 명언집 혹은 조금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곁들인 명언집일 거라는 기대와 달리, 책 안에는 아주아주 깊이 있게 엄선한 11명의 철학자만 등장한다. 그리고 책 속에 들어있는 11명의 인물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 칸트, 니체 등의 철학자들이다. (이 중 내게 제일 낯선 인물은 8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등장인물 중 몇몇은 그들이 남긴 가장 유명한 문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솔직히 책의 표지와 목차를 볼 때부터 실망스러웠다. 내가 아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봐라. 내가 이렇게 도입부를 쓰는 이유는 당연히 반전(소설도 아닌데)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책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물론 더 많은 문장들을 만나고 싶었던- 질보다는 양?- 사실은 여전히 아쉽긴 하다.)

우선 저자는 이 인물들을 고르는 데, 그리고 그들의 명문장을 고르는데 상당히 애를 쓴 것 같다. 과거에 비해 현재 영향력이 덜한 인물들은 제했고, 여전히 영향력이 있지만 MSG가 첨가된(?) 이야기들 또한 제했다고 한다. 물론 싣고 싶었지만 여러 상황 때문에 담지 못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문장에 대해서는 사과도 한다. 프롤로그를 읽고 나니 꺾였던 기대가 반쯤 살아났다. 그래 한번 읽어보자!
강렬한 검은색의 각 장의 도입부에 명문장과 그 문장의 주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한 장을 넘기면 키워드가 나열되어 있다. 마치 가지만 없을 뿐 마인드맵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암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장을 읽고 다시 앞으로 와서 나열되어 있는 키워드를 읽으면 해당 내용이 어떻게 정리될지 기대되었다.

나도 모르게 철학자들에 대한 선입견 혹은 편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금 수긍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 편견은 고등학교 시절 배운 윤리과목을 통해 깊어졌을 거라 의심치 않는다.) 이 말은 이런 뜻이야! 이런 뜻 말고는 다른 뜻으로 해석할 수 없어!라는 굳어진 편견은 이 책을 읽으며 조금씩 무너졌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임마누엘 칸트였다. 사실 칸트의 명 문장조차도 내가 생각하는 칸트와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칸트에 대한 이미지는 칸트의 일화에서 비롯되었다.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칸트가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지금 **시구만!"이라고 이야기하는 동네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하나도 틀리지 않고 명확한 걸 좋아하는 칸드이기에, 당시의 유행(이라기보다는 예절이나 문화라고 말해야 할까?)에서 틀린 모습에 적대적이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융통성 있는 발언과 모습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칸트 라는 이름에 비해 낯선 저 문장의 의미가 무엇일까? 내심 궁금했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낸 문장의 의미는 내가 생각했던 색과 좀 달랐던 것 같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의견만을 관철하는 것은 상대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누구도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할 권리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겠다 싶다.
실상 예술 작품은 이해하면 할수록 덜 즐기게 되지요.
그 대상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에 관해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위의 문장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해와 즐기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에 나 또한 고개가 끄덕여졌다. 많이 안다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예상외의 수확도 쏠쏠했다. 물론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도 인정하다.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피식~하게 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역시 철학자의 말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 덕분에 잘못 이해하고 있던 부분이 조정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