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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란 가장 흔하고 동시에 가장 비밀스런 것이다.

널린 것이 책이고 문자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책은 한밤의 이불과 낮은 등불 아래
비밀스런 꿈과 은밀한 환상을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불러일으킨다.

책은 가장 불경하고 동시에 가장 성스러운 것이다.

책은 시대에 따라 화형을 당해야 했고 범인들은 감히 읽을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성전이었던 것이다.

책은 가장 무가치하고 동시에 가장 위대한 것이다.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릴때 책은 얼마나 불쏘시개로까지 전락할 수 있었으며 수천년을 쌓아오던
학문과 지혜, 역사와 사상이 집결한 도서관은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릴 만큼 부질 없는 것이었다.
책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이에겐 책은 한낱 종이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고
책장을 펼치고 소용돌이치는 우주를 보는 순간 책은 더이상 책이 아니라 세계가 되고
존재, 영원 그 자체가 된다.


책은 한 나라를 뿌리채로 뒤엎고 신과 같던 권능을 가진 왕의 베갯머리조차 위협하였기에 화형을 당했다.

때론 자신을 만든 작가의 목숨마저도 앗아가버리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문자 하나하나에 힘이 깃들여 있고 문장이 생동하는 순간 책에 어마어마한 우주가 있다.

책은 세계며 도서관은 하나의 우주이다.

책이 가득한 어두운 도서관의 텅빈 바닥에 누워 홀로 눈을 감으면 닫힌 책들의 비밀스런 틈에서
이야기들이 새어나온다. 급기야는 책들이 하늘의 궁륭의 꼭대기까지 쌓여 있는 도서관에서는 수많은 속삭

임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말했다. 천국은 바로 도서관일 것이라고...

도서관은 단지 현실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이의 영혼 속에 끊임없이 펼쳐지는 새로운 천국이 된다...
황금빛 구름 사이로 두루마리들이 흘러내리고 하늘의 문에서 책이 빼곡한 도서관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도서관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사람들 이상 속에 그리고 천국 속에서 새로이 탄생한다.

도서관은 기록을 찾기 위해 부단한 여행과 힘든 수난길이었고, 학문과 지식을 열망하던 이에게
하나의 순례이자 순례지가 되었다.

마법사는 어두운 밤에 홀로 책받이 위에서 괴기한 도안들과 기묘한 글자들이 빼곡한 책을 넘기며
비밀스런 힘을 얻으려 했고, 연금술사들은 오래된 도서관의 구석진 한켠에서 먼지를 털어내며 현자의 돌에 대한 단서를 얻기 위해 문서를 찾아 헤메였다. 촛불이 닳고 밤이 하얗게 새도록 책을 파고들던 선비들에게조차 학문은 힘들고 끊임없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인터넷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도서관은 손 바닥안에 들어오는 작은 우주가 되었고
스위치 하나로 소환할 수 있게 된 세계의 입구가 그리고 우주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도 책을 펼치는 이에게 책은 또 그 자신만이 스스로 헤쳐나가야하는 여행이 된다. 
학문하는 자에게 여전히 인내와 고난의 길이 꿈을 이루려는 이에겐 모색과 끝없는 탐색의 길이 꿈을 꾸는 이에겐 환상적인 여행이 되는 것이다.

책은 현실을 초월하고 시간의 연속을 깨는 공간이 된다. 지금도 수천년 전의 이의 입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이들의 무리에 살며시 다가가 이야기에 같이 귀기울이며, 이미 잠든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른 시대와 다른 세기의 환영을 본다. 소설과 영화가 역사와 시대가 책, 기록을 토대로 새로이 살아난다.  도서관은 시간여행과 공간이동의 게이트가 되는 것이다. 

책은 모든 우주의 법칙을 어쩌면 우리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모든 사실까지도 이미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책은 스스로 수많은 문자와 단어들 주제들로 무수히 많은 책을 연결한다.
세계 속에 세계가 또 세계 속에 세계가 있는 것이다.
도서관을 찾는 이마다에게 다른 세계가 되고 책을 읽는 이마다 다른 우주가 된다.
도서관은 하나의 네트워크의 시초이며 우주가 세계를 현상해내는 법칙을 재현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서관이 하나의 거대한 책이 되고 무한한 다른 세계들로 가는 모든 문이 동시에 서 있는 입구인 것이다.

책을 이해하고 책이 소통하는 방식과 책이 나열된 방법, 그리고 책의 법칙을 이해하고 도서관을 이해하면 책과 도서관의 미래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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