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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의 서재
  • 책 한번 써봅시다
  • 장강명
  • 13,500원 (10%750)
  • 2020-11-23
  • : 5,432

저자는 “책을 쓰라”고 강권한다. “책을 쓰라”고 하는 이상적 메시지와 책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현실적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 있다.

 

그는 책 중심 사회를 꿈꾼다.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사회. 책 중심 사회를 꿈꾸는 이유는 개인적이기도 하고 사회적이기도 하다는 측면에서 흥미롭다. 책 쓰기가 개인적인 관점에서 즐겁기 때문만이라고 했다면 책 쓰기는 여전히 관심 있는 일부 개인들의 영역이 되고 만다. 그러나 책 쓰기가 사회적 관점에서도 필요하다고 설득한다면 책 쓰기는 모든 인간에게 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책을 쓰자고 하는 이유가 더 매력 있게 들린다. ‘내가 즐거워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책을 쓰는 것이 곧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이 된다니. 저자는 현대인들이 공허감을 자주 느끼는 이유가 창작 활동의 부재, 곧 본능적 욕구의 미충족이라고 진단한다. 각 개인이 글 쓰기 활동을 통해 창작이라는 본능적 욕구를 건강하게 채워갈 때, 사회 역시 건강해진다고 저자는 굳게 믿고 있다.

 

내가 책을 쓴다면 그건 분명히 내 개인적 이유에서일 것이다. 내 삶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것. 죽기 전에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나는 책을 남기고 싶다. 하지만 나의 바람은 소박하게도(?) 가족들만을 나의 독자로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책을 쓰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건강하게 만들어지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하니 나도 같이 마음이 일렁거린다. 저자가 꿈꾸는 책 중심의 사회를 나도 함께 꿈꾸고 싶어진다.

 

저자는 책을 쓰자고 선언하는 초반부에서는 꽤나 이상주의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어떻게 쓰는가에 관해 말할 때는 시종일관 현실적이다. 작가와 비작가의 회색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가가 아닌 “저자”가 되라고 말하면서, “저자”로서의 첫 단계 목표는 200자 원고지 600매 이상을 써보는 것이라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또한 자신은 1년 동안 2200 시간을 고스란히 책 쓰는 데에 사용한다고 고백했는데, 그 이유가 공대생스러우면서도 우리 공동체에 대한 저자의 깊은 연대감을 느끼게 만든다. 한국 근로자의 1년 평균 근무 시간 2000시간과 재택근무를 하는 자신에게 세이브된 출퇴근 시간 200시간을 더해서 2200시간이 된다는 게 이유라니 참 멋지지 않은가?!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과 자신의 독자성을 유지하는 일상의 감각을 나도 배우고 싶다.

 

그는 저자와 독자는 같은 공동체, 즉 읽고 쓰는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읽고 쓰는 인간은 말하고 듣는 인간과 상당히 다른 사람인데, 말하고 듣기는 땅에서 하는 일, 읽고 쓰기를 물에서 하는 일로 비유한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부록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태어난다. 입말의 육지와 글자의 바다가 만나는 곳에 항구 마을 바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소년소녀는 비록 발은 땅에 붙이고 있지만 바다를 보며 자란다. 그중 몇몇은 눈이 내륙보다 수평선 쪽을 자주 향하고, 또 몇몇은 바다와 사랑에 빠진다(p.191).”

 

저자가 말하는 책 중심 사회의 ‘이상’과 책을 쓰는 구체적인 ‘현실’에 매료된 나는 질문한다. ‘나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일까? 육지에 태어났지만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이길 바라는 바람일까?’ 자신이 바닷가 사람이 아닐까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글의 힘은 참으로 오묘하다. 정확한 언어로 자기 안의 고통과 혼란을 붙잡으려 할 때, 쓰는 이는 변신한다. 그런 글을 쓰면 쓸수록 그는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간다. 에세이 작가는 단어와 자기 마음을 함께 빚는다. 한번 그 맛을 알면 점점 더 솔직하게 쓰게 된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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