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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빈님의 서재

천재로 태어나는 주인공을 탄생시켜 그 주인공으로 하여금 열정에 사로잡혀 쏟아지는 빗속을 뛰어다니게 만들고 사랑에 빠지게 한다. 적당한 쓴 맛과 단 맛을 동시에 내기 위해 막 딴 치커리가 꽃상치를 잘 포개 만든, 여름 점심의 쌈밥을 만들기도 하고 연인 앞에서 처음으로 벗은 몸처럼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이 교차하는 하얀 살을 그리기도 하는 것. 그게 바로 소설이다. 소설을 읽는 일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던져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네가 앞으로 나아가면 나가갈 수록 바다는 더 많은 남빛을 잃어버리고 물보라로 바뀌어간다. 남빛을 잃어가는 절망의 유희는 보잘것 없다. 구경적 절망이란 바다의 남빛을 하얀 물보라 빛으로 바꾸는 동안에도 우리 주위에 더 많은 남빛의 대양이 권태로울 정도로 충분히 존재하는 일이다.
이상은 성천 한없이 늘어진 초록의 삼림 속을 진종일 헤매고도 끝끝내 한 나무의 인상을 훔쳐오지 못한 환각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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