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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의 서재
  • The Music Lesson: A Spiritual ...
  • Victor L. Wooten
  • 30,800원 (20%1,540)
  • 2008-04-01
  • : 37

며칠 밤을 새워가며 연습했는데도 실력이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던 순간, 다들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공부도, 게임도, 악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은 늘 듣지만, 노력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답답함이 분명 존재합니다.

베이스 기타의 거장 빅터 우텐이 쓴 이 책은 바로 그 슬럼프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은 재능은 있지만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베이스 연주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잠긴 방 안에 '마이클'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나타납니다. 도둑도, 유령도 아닌 그는 스스로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괴짜 철학자입니다. 이 황당한 만남에서 시작된 특별한 수업이, 음악을 넘어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놓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악을 배울 때 '음표'부터 외웁니다. 어떤 자리를 짚고, 어떤 음을 눌러야 하는지를 공식처럼 익히죠. 하지만 마이클은 말합니다. "음표는 음악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는 음표 외에도 아티큘레이션, 테크닉, 감정, 다이내믹, 리듬, 톤, 프레이징, 공간, 경청까지, 음악을 이루는 열 가지 요소를 하나씩 몸으로 깨닫게 합니다. 그중 3가지만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틀린 음표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루브'입니다. 마이클은 주인공과 즉흥 연주를 하며, 음을 정확히 짚지 못해도 멋진 연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음악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건 정확함이 아니라, 심장박동처럼 흐르는 리듬이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음을 연주했더라도, 다음 음을 어떻게 이어가느냐에 따라 그 순간은 얼마든지 멋진 흐름으로 바뀝니다. 실수 앞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꼭 닮았습니다.

둘째, 음악은 공부가 아니라 언어입니다. 아기는 문법책을 펴고 말을 배우지 않습니다. 그저 듣고, 틀리든 맞든 옹알이를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마이클은 음악도 똑같다고 말합니다. 이론과 테크닉을 머리로 외우기 전에, 먼저 그 언어가 흐르는 환경에 몸을 푹 담그고 즐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쉼표와 공간의 미학입니다. 숨 한 번 쉬지 않고 소리만 빽빽이 채운다면, 듣는 사람은 금방 지칩니다. 책은 소리를 비워두는 '공간'이 음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고요한 순간이 있어야, 그다음 소리가 비로소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책장을 덮으며 가슴이 묵직해졌습니다. 처음엔 '베이스 연주법을 알려주는 책이겠지'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에서, 마이클이 가르친 건 음악 이론이 아니라 인생을 연주하는 법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늘 정답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삽니다. 시험 문제든,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이든 말이죠. 하지만 저자는 다르게 말합니다. ‘인생’이라는 음악에서 중요한 건 완벽한 정답이 아니라, 나만의 리듬을 타고 흐르는 즐거움이라고. 그리고 잠시 멈추는 쉼표의 순간도, 삶의 떳떳한 일부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연습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완벽함보다 흐름을 즐기게 되니까요. 또 하나, 악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습니다. 소설처럼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 덕분에, 주인공의 성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잠시 내려놓고, 나만의 '인생 그루브'를 찾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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