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난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려운 책이다.
물론 내 식견이 짧은 탓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책이다.
우선 이 책의 주된 화두는 비극.
그리고 저자의 주된 질문은 바로 "비극은 죽었는가" 이다.
여기서부터 이미 뭔가 책에 대한 내 예상의 방향이 약간 상실 됐음을 느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상과는 빗겨가는 재미가 있는 법.
흔히 비극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고귀한 신분의 주인공의 몰락.
비극과 관련된 작품을 이야기하면 딱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델로, 리어왕, 햄릿, 맥베스)
이것이 내가 갖고 있던 비극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지식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내게 비극은 그저 세상에 이미 확고히 굳어져 버린 어떤 특징적인 것, 그리고 한정된 이미지였다.
역사적 사건에서도 우리는 흔히 비극적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기도 하고 비극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관점을 뒤엎는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바로 "홀로코스트"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홀로코스트가 말로 형용할 수 없이 통탄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인간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고양하는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해지기보다는 의기소침한 상태로 놓아두는 것은 무엇이든 비극의 지위에 올라갈 자격이 없다."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관점이라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비극이라는 정의를 부셔버리고 이에 대한 새로운 관점 그리고 보다 더 넓은 식견으로 비극의 존재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저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서 같지만 철학서 같기도 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한 문장 한 문장으로 써내려간 그의 탁월한 필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다 더 심도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아무래도 수세기의 비극 작품과 작가, 예술, 철학, 윤리,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식견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비극이라는 정의에 대해, 비극의 존재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사유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