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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지하철이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에 지하철은 공동의 공간이었다. 단순한 물리적 공유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많은 것을 공유했다. 가끔 앞자리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흘깃 쳐다보았다. 선반 위에 놓인 오늘 자 신문을 보다가 다음 사람을 위해 그대로 놓고 가기도 했다. 꾸벅 꾸벅 조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다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지면 강제로 어깨를 빌려줘야 했다. 

 요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잠들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집중하고 있다. 지하철 선반 위에 가득했던 광고도 보이지 않는다. 무가지 신문도 모두 사라졌다. 물리적 공간을 공유할 뿐 잠시 동안의 정서적 공감은 허용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의사소통이 매우 편리해졌다. 메신저로 언제든지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속의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눈 앞에 실존하는 사람과의 공감은 일어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 변화가 바람직한가, 우리가 원한 것인가는 고려되지 않는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 갈 뿐이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위험하지 않은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보급되면 또 지하철 안은 어떤 풍경으로 바뀔까? 우리들은 또 어디로 떠 내려갈까? 우리 삶의 주도권을 마냥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많이 얘기하고, 서로 공감하고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논의해야 한다. 자본을 등에 업은 기술이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둘러싸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결국 인간은 기술 종속, 기술 중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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