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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 장하석
  • 22,500원 (10%1,250)
  • 2015-07-01
  • : 3,497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은 100℃에서 끓는다." 초등학교시절 자연 시간에 배웠던 '사실'이다. 그 뒤로 한번도 물이 100℃에서 끓는다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선생님을 포함한 모두가 그렇게 말했고, 모두가 믿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이 던져준 명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과학자들의 절대 권위를 인정한다. 우리는 왜 '과학'을 믿는걸까? 우리가 지금 과학적 사실이라고 부르는 이론들은 어떻게 발전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졌을까?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과학이론은 자주 바뀌는데, 현재 과학자들이 자신있게 주장하는 말도 나중에 변하는 것은 아닌가?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친근한 사례를 통해 과학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펼쳐 놓았다. ​

이 책의 저자는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과학철학 교수이다. 장하석 교수는 이론 물리학(양자역학)을 전공하였으나 과학철학 교수가 되었다. 학부(켈리포아니아공대 물리학과)시절, 교수들에게 과학의 기초 원리에 대한 많은 질문을 하였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해 실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론 물리학자에서 과학철학자로 변신한 직접적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하석 교수의 가장 유명한 저서로는 "온도계의 철학"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온도계가 얼마나 치열한 논쟁을 거쳐 만들어 졌는지 밝히고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기술한 책이다. 장하석 교수는 온도계의 철학으로 과학철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수상하였다. ​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과학지식의 본질을 찾아서, PART2 과학철학에 실천적 감각 더하기, PART3 과학지식의 풍성한 창조. 'PART1 과학지식의 본질을 찾아서'는 '과학이 무엇인가'라는 대담한 질문으로 시작된다. 칼 포퍼의 반증주의와 비판적 사고, 토마스 쿤의 패러다임을 따라가는 정상과학을 소개한다. 칼 포퍼는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특정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으면 그 틀 안에서 과학의 발전이 이뤄진다고 보았다. 다만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 기존 패러다임을 몰아내면 과학혁명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칼 포퍼는 기존 이론을 반박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이 발전하는 것으로 보았다. 둘의 뜨거운 논쟁은 1960~1970년대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PART1에서는 과학의 기본적인 문제들을 다루었다. 관측에서 오는 지식의 한계를 밝힌다. 측정이 기존 이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측정의 이론적재성'을 통해 인간의 측정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말한다. 또한 관측된 사실에서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귀납법의 헛점을 이야기 한다. "과학의 혁명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과학은 진리를 추구하는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을 통해 과학이 무엇인지 답하고자 한다. ​

PART2. 과학철학에 실천감각 더하기에서는 PART1에서 설명한 과학철학의 내용들을 과학사를 통해서 알기 쉽게 전해준다. '산소'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에 사용되었던 '플로지스톤'의 개념은 산소 이전에 화학적 현상들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플로지스톤이 산소의 개념으로 대체되는 과정, 물이 H2O임을 '정해나가는' 과정, 물이 100℃에서 끓는지 정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철학의 실제 사례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PART3. 과학지식의 풍성한 창조를 통해서는 저자 장하석 교수가 생각하는 새로운 과학 지식의 창조과정과 바람직한 과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우리가 맹신했던 과학이 무엇이었는지 질문하게 된다. 아무런 의심없이 믿어왔던 '과학적 사실'들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물론 데카르트처럼 끝없는 회의를 저자는 옳다고 보지 않는다. 의심하되 합리적으로 과학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 한다. 그것을 다원주의로 표현하였다. 좀 더 과학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자연을 설명하는 이론이 절대적인 한 가지로 정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둘 이상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여러 이론들이 나름의 발전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과학을 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저자는 결론 짓는다.



어릴적 초등학교에서 '자연'이라는 과목으로 과학을 처음 접하였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아무런 의심없이 '과학'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과학은 나에게 절대적인 가르침이 되었다. 과학은 미신의 대척점에 있었다. 과학은 합리적이고 위대했다. 현재 인류의 삶은 과학의 토대 위에 지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하석 교수의 책을 읽고나면 과학이 좀 인간다워 진다. 실수가 있고, 논쟁이 있다. 때론 오류가 진리가 되기도 하고, 애매하면 슬쩍 넘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이론들이 언젠가 거짓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과학은 이 책을 통해 더욱 가까워 졌다.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를 아직 읽지 못했다. 서점에서 들추다 슬며시 내려 놓았다. 이제는 토마스 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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