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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젠카님의 서재
  • 인생
  • 위화
  • 12,600원 (10%700)
  • 2007-06-28
  • : 7,939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푸구이는 넓은 땅을 가진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고, 젊은 시절은 방탕하게 보냈다. 심성이 고운 아내 '자전'과 결혼했지만 놀음과 기생에 빠져 지냈다. 아내 자전이 눈물로 도박을 말렸지만, 임신한 아내를 발로 차버린다. 그렇게 많았던 재산은 모두 사라져 버린다. 자신이 소유했던 땅을 바라보며 쓰러진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한 후, 놀음으로 날려버린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작농으로 살아간다. 성안의 의사를 찾아갔던 길에 국민당 군대에 강제로 끌려간 푸구이는, 남겨진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 채 하루 하루 목숨을 이어간다.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사랑스런 딸 펑샤는 열병을 앓아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가난으로 딸 펑샤를 다른 집으로 보내지만, 평샤는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푸구이는 굶어 죽어도 가족이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아들 유칭은 공산당 간부의 아내를 위한 수혈을 하다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다. 심성이 착한 아내 자전도 불치병에 걸리고, 농아인 딸 펑샤는 결혼을 한다. 평샤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만 아들 쿠건을 낳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연이어 아내 자전이 죽고, 손자 쿠건을 업어 키우던 사위 얼시도 죽고만다. 손자 쿠건과 둘만 남겨진 푸구이는 계속해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손자 쿠건도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푸구이가 준 음식을 먹다가 하늘 나라로 가버린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푸구이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붙여준 늙은 소 '푸구이'와 함께 밭을 갈면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위화의 인생은 화자가 밭을 갈고 있던 노인 푸구이의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푸구이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젊은 화자에게 생생하면서도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화자는 푸구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을 수 없었다. 푸구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푸구이는 왜 죽지 않고 살아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위화는 '인생'의 서문에서 삶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서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거창한 삶의 의미가 아니었다. 그냥 숙명처럼 이어지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푸구이는 끝없이 아픔을 겪지만, 계속해서 살아간다. 아들 유칭이 피를 너무 많이 뽑아 어이없게 죽었을 때도, 사랑하는 딸 펑샤가 손자 쿠건을 낳다가 죽었을 때도, 손자 쿠건이 황망한 죽음을 맞이했을 때도 계속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죽음을 앞둔 소 '푸구이'와 함께 오늘도 밭을 갈고 있다. 위화는 말하고 있다. 삶의 목적은 어떤 특정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의 삶에 특별한 목적이 있다면, 그 목적이 이뤄지거나 좌절된 후 우리는 삶을 살아갈 이유가 없어지고 만다. 우리가 마지막 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가는 것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이 오늘을 살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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