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열심이 내일의 경력이 된다"
양정은 2021/02/0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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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을 위한 내 일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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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이 아닌 한 인물의 성실성에 대한 기록
이다혜 작가는 처음부터 이 책은 위인전이 아님을 정확히 명시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분들의 이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상승과 하강이, 지난한 정체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7명의 인터뷰는 그들의 ‘꾸준함’만을 이야기한다. 전형적인 영웅서사처럼 그들은 조력자를 만나기도 했고(이상희님의 교수님처럼)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누군가에겐 그들이 영웅처럼 해당 업무에 대한 비범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겪지 않은 것들에 대한 평가가 가장 쉬운 법이니까.
그런데 내 눈에는 그들이 가진 가장 비범한 능력은 감각적인 연출 기술도, 뛰어난 배구 실력도, 훌륭한 커피 추출 능력도, 세상을 뒤집는 상상력도, 시대를 앞서 읽는 경영인의 눈도, 학자로서의 천재성도, 엄청난 분석력도 아니다. 그들이 가진 가장 비범한 능력은 ‘성실성’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꾸준히 걸어왔다. 이다혜 작가의 말처럼 그들의 인생은 끊임없는 상승과 하강을 겪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7명은 모두 그저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성실성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나의 위로가 되어 전해진다. 그들도 불안한 앞날을 보며 울기도 했고, 길을 비틀까 생각도 했으며, 실제로 길을 비틀기도 했다. 만약 이 7분의 인터뷰이가 현재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이 것만 파고든 천재들이었다면, 난 결단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원래 선택한 전공과 다소 달라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공모전마다 장르성이 짙다는 소리를 들으며 떨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장르물을 쓰기 시작한 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성실하게 버텨낸 이들에 관한 기록이다.
심드렁하게, 그러나 큰 테두리를 갖고.
고인류학자 이상희님은 “하기 싫은 일을 심드렁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가고 생산적인 일을 하더라고요.” 라고 말하며 목표를 이루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작가 정세랑님은 이 길이 내가 원래 가는 길과 다른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들 때 한 가지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큰테두리! 큰테두리만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이 두 분의 이야기는 나머지 5분의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7분의 인터뷰이는 모두 심드렁하게, 그러나 자신의 큰 방향성을 놓치지 않은 채 인생을 꾸려간 이들이다.
우리의 미디어는 너무 많은 천재들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부터 이 분야에 재능을 갖고, 신동으로 불리며, 그리고 그렇게 한 우물만 파낸 천재들을. 그러나 나의 삶은 너무도 많은 변화를 가지고 있었다. 때론 글을 썼으며 때론 그림을 그렸고 때론 공부를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스스로를 애매한 재능의 합체쯤으로 여겼다. 하나로 성공할 능력도 없는 애매한 인간. 이따금 그것은 곧 실패로 여겨졌다. 모두 각기 노는 것들이라 나는 아마 그렇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내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 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 흥미로운 것들을 하나씩 하다보면 나는 ‘길’은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모두 광장을 걷고 있는데, 길에 집착해 보아야 할 것은 못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했던 것, 하고 싶던 것, 끌리던 것들은 모두 다른 길 같은데 결국 ‘나의 광장’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용기내도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7분의 인터뷰이들은 모두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은 그들의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로서 존재할 수 있게끔 기반이 되어줬다. 그들의 ‘길’이 아니라 여긴 것들이 결국 그들에게 광장이 되어주었다. 그러니 나는 더 이상 특별하지 못함에 기죽지 않기로 한다. 그저 나만의 광장을 꾸준하게 가꾸기로 다짐하며.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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