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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님의 서재
  • 스톤 매트리스
  • 마거릿 애트우드
  • 15,300원 (10%850)
  • 2024-05-24
  • : 3,017
️🙋‍♀️ 추천 독자: 기상천외하고 웃기고 통쾌한 여성 노인 주연의 이야기들을 읽고 싶은 분

📌 특히 좋았던 단편: <죽은 손의 사랑>, <스톤 매트리스>

처음 읽어 보는 마거릿 애트우드. 솔직히 글 자체가 내 취향은 아니라 초반부에는 조금 지루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작가는 천재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포인트들을 소개해본다.

먼저, 스타일이 확실하다. 전통적인 여성혐오적 전개와 묘사를 이용해 일견 뻔해 보이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어느 순간 통쾌하게 한 방 먹이는 것이 이 단편집의 전체적인 특징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교묘하게 섞이는 구조도 무척 매력적이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스타일에 익숙해질수록 이 단편집을 더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 나도 모르게 낄낄 웃으며 읽게 될 정도로 이야기가 창의적이다. 읽는 내내 남자 캐릭터들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골탕먹을지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들은 판타지 소설 속의 통조림에 오래오래 봉인되기도 하고, 동결 건조되기도 하고(오타가 아니다), 심지어는 본인을 불행하게 만들었던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뻔한 복수 같은 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현실적이고 사실적시 그 자체라 참 잔인하고 웃기다… (만약 캐릭터들이 실제 인물이라면 자기에 대한 묘사를 읽고 수치심에 자살할 듯)

마지막으로, 소설 외적인 부분이지만 책의 내지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도비라의 배경이 암석의 단면 사진이라 책 자체가 청록색 조류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스톤 매트리스처럼 느껴진다. 책을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사소한 디테일!

▪️ 누군가를 안쓰럽게 여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상대방의 고통은 그가 내게 의도적으로 가하는 악의적인 행위로 느껴지는 법이다.

▪️ 자기만의 방이 그것도 꼭대기 층에 있었던 덕에 잭은 사랑스럽고, 피로에 찌들고, 염세적이고, 세련되고, 검은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여자들을 신문이 너저분히 깔린 침실로 꾀어낸 다음 글쓰기 기술, 창작의 고통과 고뇌, 진실성이라는 자질의 필요성, 글을 팔아 버리고 싶은 유혹, 그런 유혹을 거부하는 고귀함 따위에 대한 예술적인 대화를 약속하며 인도풍 침대보가 깔린 침대에서 일시적인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었다. 자기를 오만하고 우쭐거리고 자의식이 충만한 남자로 보는 여자들에게는 일부러 자조적인 태도도 내비쳤다. 사실 잭은 그 여자들이 생각한 그런 사람이었다.

▪️ 요즘 같으면 밥은 어떤 거짓말을 늘어놓든 감옥에 갈 것이다. 버나가 미성년자였으니까.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행위를 지칭할 적절한 표현이 없었다. 강간은 어떤 미치광이가 수풀에 숨어 있다가 덮쳤을 때 벌어지는 일이지, 무도회 공식 파트너가 벌목이 두 번 이루어져 황량한 숲이 펼쳐진 어느 초라한 광산 도시 인근의 결길로 데려가서는 얌전히 주는 대로 받아 마시라고 겁박하다가 버나를 한 겹 한 겹 찢어발겼을 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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