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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rman님의 서재
  • 황산벌
  • 감독 :
  • 주연 :
  • 개봉일 : 0001-01-01
  • 평점 :
아쌀나게 거시기 해뿔자!!!

참으로 거시기한 영화, 황산벌.
요즘 충무로 흥행공식은 70%의 재미와 30%의 감동이라고 하는군요.
그런점에서 황산벌은 흥행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의 어정쩡한 결합은 그동안 그저 그런 코미디물만을 양산할 뿐이었습니다.
황산벌도 이러한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진 못합니다.
그래도 황산벌의 비장미에 충분히 공감할수 있다면 황산벌은 참으로 괜찮은 영화입니다.
저는 물론 충분히 공감했구요.

영화는 아시다시피 과거 백제와 신라가 맞섰던 황산벌 전투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그때도 그 지역 특유의 사투리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출발합니다.
하지만 사투리는 그저 기획영화의 한 수단일뿐, 영화는 곳곳에(특히 대사에) 묵직한 주제들을 배치해놓습니다.
한참 웃다가도 갑작스런 대사 한마디가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는 페이스를 잃지않고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갑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시나리오의 힘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라도 항상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영화에는 반드시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영화계 법칙을 다시한번 입증한 셈입니다.

영화는 모든 전쟁은 권력자들의 자기 이익을 위한 소모전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소모전에 소모품으로 쓰이는 것은 이름도 부여받지 못한 거시기(이문식 분)를 비롯해 이름없는 민중들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김유신(정진영 분)과 계백(박중훈 분)이 장기를 두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요, 말을 옮길때마다 같이 옮겨지며 처형당하는 이름없는 병사들은 그것이 실제인지 아닌지를 떠나 전쟁의 야만성을 지적하는 적확한 메타포로써 작용합니다.
또한 계백이 그의 가족들 앞에서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며 그의 가족을 몰살하려 하자, 그의 부인이 "호랑이는 가죽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때문에 죽는다"며 울부짖는 대목은 전쟁이 얼마나 '허위'에 가득차 있으며 나아가 어떠한 명분으로도 개개인의 삶보다 소중한 것은 없음을 역설합니다.
그 밖에도 작금의 현실과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장면과 대사들은 이 영화가 결코 충무로의 흥행공식과 배우들의 이름에 기댄 단순한 기획영화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김승우, 신현준, 김선아, 전원주 등의 카메오들은 카메오가 다 그렇듯이 보는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박중훈은 이 영화에서 웃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빛이 나는데요, 오랫만에 자기 옷에 맞는 역할을 찾은 듯 합니다. 정진영은 전쟁은 미친짓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어차피 이겨야하는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 역할을 잘 소화했습니다. 특히 그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바로 작품의 주제와 연결될 만큼 의미심장합니다.
감독(이준익)은 그동안의 휴지기가 무색할만큼 괜찮은 영화 한편을 그의 필모그래피에 올려 놓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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