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의 한 부족에는 다른 부족 구성원들과 달리 호기심이 많고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소년 다구가 있다. 또다른 부족에는 여자들에게 강요되는 집안일보다 사냥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소녀 주툰바, 새소녀가 있다. 이들은 부족 구성원들에게 요구되는 당연성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가 더 중요하다. 둘은 그렇게 각각 혼자 마을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처음 만난다. 새소녀는 자신이 똑바로 눈을 맞추고 말해도 언짢아하지 않는 소년에게, 그리고 그냥 걷는 중이라는 소년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다구는 활과 화살을 들고 사냥을 한다는 소녀를 처음 봐서 호기심을 가진다.
새소녀는 부족 구성원들로부터 결혼을 강요받은 다음날 홀연히 떠나고, 다구는 자신의 마음을 억지로 누르고 구성원들에게 맞춰가며 살다가 부족 남자들과 함께 사냥을 나갔던 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니 부족원들이 타 부족에게 모두 살해당한걸 보고 부족으로 돌아가 여자들과 아이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가서 오랜기간 부족장이 되어 의무를 이행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타부족의 햇빛과 그녀의 갓난아기와 함께 살며 자신의 아이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새소녀는 자신의 가족을 새소녀의 부족에게 잃었다는 이유로 새소녀의 부족을 증오하는 타부족의 미친 존재에게 붙잡혀 오랜기간 포로생활을 하게 된다. 자신의 가족을 잃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도를 표합니다만, 복수 방법이 틀려먹었다. 이해가 갑니까? 정말 복수하려면 그 부족으로 쳐들어가서 정면돌파를 했어야 맞겠지. 대체적으로 남자는 여자보다 육체적인 힘은 강하다. 저 미친 존재는 그 점을 이용해서 복수랍시고 여자를 폭력으로 짓밟은 아주 비열하고 비겁한 대표주자일 뿐이다.
새소녀는 결국 강간을 당해 아들을 낳고 그의 폭력을 모두 견디면서도 아이를 멀리서나마 볼수있다는 것 하나로 버티며 살았는데 어느날 그녀를 찾아온 오빠들 셋의 머리로 공놀이를 하는 이들을 보고 그동안 포기했던 삶의 불꽃이 다시 일어난다. 새소녀는 잠든 부족들의 집의 모든 틈을 틀어막고 연기로 그들을 질식사시킨다. 그녀를 도와주었던 노파의 집만 남겨두고. 그리고 떠났던 길에서 다른 부족을 만나지만, 그들 역시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자 당당히 혼자 사는 길을 택한다. 다구는 어느날 타부족에게 햇빛과 아이들이 모두 죽임을 당한걸 보고 복수심에 불타 그들을 찾아 길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새소녀와 다구는 다시 만난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고싶었던 주제는 대체 무엇인가요...? 집 떠나면 개고생? 꿈이고 나발이고 그냥 구성원에 맞춰서 생각을 없애고 살아야한다는 것? 남들과 다르면 피곤하다는것? 둘다 알래스카 인디언의 구전설화를 토대로 썼다는데 좀더 현대적으로 풀어낼수는 없었는지? 일종의 하마르티아를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그러기에는 이들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영웅은 아니쟎아요. 모든 사람은 결국 영웅이라는 주제는 여기서는 접어둡시다]
물론, 소중한건 가까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릴때 읽었던 동화 파랑새도 결국 그 주제였던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아닌 경우도 많지. 그러므로 떠나봐야 결국 돌아온다는것도 사람따라 다르다. 떠났기에 행복해진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은가. 부족을 유지하려면 기본적인 인원이 필요하고, 그러므로 떠나봐야 개고생이다, 결국 돌아온다, 소중한건 곁에 있다는 류의 이야기를 대대손손 구전으로 전해주었을 것이다. 현재 인구가 감소해서 큰일이라며 여자들에게, 젊은 세대에게 임신과 출산을 여러 각도에서 강요하고 있는 사태와 결과적으로는 같은 맥락인것. 인구가 감소중이라면 어떻게 예전보다 낮아진 출생률과 인구수로 잘 헤쳐나갈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정책수립을 하는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임신과 출산을 다각도로 압박할 일이 아니라. 지배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의 이 부족이, 국가가, 체제가 유지되는것이 중요하니까. 개개인의 행복이나 생각따위는 상관없는거지. 이는 어느 세력이 정권을 잡던 마찬가지가 된다. 역사가 증명하지 않나.
여하간 새소녀가 탈출시도도 딱히 하지 않고 아들을 멀리서나마 볼수 있다는 점 하나때문에 그 말도안되는 폭력을 다 견디면서 계속 머물러 산다는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부족 모두를 몰살시킬때 아들까지도 포함시킨다는 점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아들이지만, 미친 존재의 아들이기도 하다. 유전자가 어느쪽으로 더 치우쳤을지는 모르나, 미친 존재와 부족민들의 성향으로 보아, 환경적으로 아들은 새소녀보다는 그쪽으로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다른 부족을 만났지만 그 부족 역시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자 홀로 살아가는 부분도 좋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다구를 만났을때 처음 다구가 보았던 그 눈빛과 분위기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점도. 세상을 겪으면서 사라지는것이 순진이라면, 끝까지 유지되는것이 타고난 순수라고 생각한다. 그 숱한 지옥같던 시간을 견뎠으면서도 소녀시절의 눈빛을 그대로 간직한 새소녀는 결국 누구보다도 강한 사람이었다.
문학동네 북클럽에서 출간전 이벤트로 받은 책. 가제본된 책을 보내주고 책이 정식 출간된 후 온라인 서점 등에 서평을 남기는 방식. 당첨되어서 기뻤고요. 책 내용은, 옛 구전설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되게 마음에 안듭니다[...] 21세기인데 다른 방향으로 각색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표지 그림은 거의 동일하다. 살짝 컬러풀해졌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