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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철님의 서재
  • 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토머스 모어
  • 10,350원 (10%570)
  • 2020-11-02
  • : 5,159

르네상스 시기 인문주의자였던 토마스 모어가 자신의 이상향에 대한 사상을 정리해 쓴 '유토피아'이다. 유토피아는 그 의미부터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의미로 이러한 이상향은 역설적이거나 당연하게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유토피아를 다녀온 탐험가에게 토마스 모어가 이야기를 들어 받아적었다는 설정으로 되어있다.

유토피아의 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얘기하자면, 우선 국가형태는 공화국이다. 고대 그리스와 유사하게 여러 도시들에서 각각 대표를 뽑아 국정을 결정하는 형태이다. 또 사유재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동 생산과 공동 분배이다. 자원이 차고 넘쳐서 누구나 필요할 때 마을 창고에서 가져다 쓰는 형식이다. 모든 집은 동일하게 지어졌다. 옷도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다. 밥은 다같이 모여서 먹고, 아이들은 어른들이 먹다 남은 것을 받아 먹는다.

솔직히 유토피아의 이런 설정들은 21세기의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것같다. 이미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한 번 겪고 난 인류가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을 때 어떻게 생각했을지 생각하면, 아마 당황하지 않았을까. 우선 이 사회는 굉장히 꽉막히고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을 하고, 같은 집에서 같은 옷을 입고, 결혼부터 종교생활에 죽음까지 모든 것을 법, 관습, 도덕 등에 얽메여 남들과 같이 행동해야 하는데 이건 너무 전체주의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아도 자원이 풍부해서 사람들은 그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고 하는데, 인간의 욕구를 너무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욕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욕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인류가 이족보행하는 원숭이에서 스마트폰 쓰는 현대인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는 유토피아 사회는 발전이 없고 정체만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토피아'가 무가치한 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제군주정이 아닌 공화제를 주장했다는 점과, 서문에 있는 인클로저 운동의 비판 등을 통해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다. 또 500년 전에 쓰인 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시대를 앞서간 책이기도 하다. 시대를 앞서가 그 내용이 비극으로 실현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딱딱하지도 않고 해서 잘 읽혔던 책이다.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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