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터 국수를 좋아했다. 국수는 맛이 있고, 반찬이 변변치 못했던 과거에 반찬 없이도 그 자체로 맛나게 잘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국수를 보면서 대체 인간은 언제부터 국수를 만들어 먹었고, 어쩌다 이걸 만들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직 대답을 주는 책을 만나보진 못했다.
책 '국수의 맛'의 저자의 직업을 피아노 조율사다. 직업이 이렇다보니 전국 각지에서 작업 의뢰가 있고 그렇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다보니 외식도 잦게 되고, 이런 저런 음식점들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이번 책에서는 저자는 국수에 대해 썼지만 중국집과 경양식 집에 대해서 쓴 책도 있다. 그것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책에서 고른 국수집들은 저자의 취향이 담긴 곳들이다. 유명한 집들도 있고, 가격이 매우 싼 집도 있고, 특색이 있는 집들도 있다. 전반적으로 매우 유명한 맛집이라기 보다는 세월이 켜켜이 쌓였고, 내공이 있어 보이는 집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국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고려시대, 늦어도 남북국 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수의 주재료는 밀가루인데 우리 나라는 밀이 잘 자라지 않고 귀해 밀에 콩가루나 옥수수 가루를 섞에 국수를 만들었다. 그것도 아니면 비교적 잘 자라는 메밀이 국수의 재료인 경우도 많다. 동남아시아와는 다르게 쌀국수가 없는 편인데, 쌀은 주식으로 쓰기에도 충분치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국과 탕 종류가 많다. 이러니 국수류가 매우 다양해 진다. 다양한 국과 탕에 어울리는 국수를 넣으면 그 자체가 국수요리가 되기 때문이다.
팥물에 칼국수를 넣어 먹은 것은 김제와 군산이 먼저라고 한다. 팥의 주산지가 전라남도임에도 전북에서 이런 유행이 시작된 것은 의외의 면이다. 나도 어릴적 돌아가신 어머니가 팥칼국수를 드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팔죽 자체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에 칼국수를 넣는게 놀라웠기 때문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는 것도 좀 충격적이었는데 이젠 서울사람인 내가 콩국수에 설탕을 넣어 먹는 지경이다. 그리고 충격을 주었던 팥칼국수도 잘 먹는다.
대전은 철도의 중심지라 물자와 사람이 많이 오갔고, 주변에 밀가루 공장이 있어 칼구굿 집에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충청도는 전라도와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가 만나는 지점이라 다양한 식재료와 문화로 인해 음식이 다양하고 개성이 있다.
스낵카는 80년대 중반 정부와 아세안 자동차가 버스 10대를 개조해 사업자를 선정해 시작된게 정설이다. 스낵카는 버스를 개조해 식당처럼 만든 것인데, 지금은 많이 없지만 어려서 누구나 한번쯤이 이용하거나 본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스낵카는 지금의 푸드트럭과는 달리 이동을 하지 못하고 땅을 무단 점유하게 되어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게된 이유일 것이다. 석수역에는 이런 스낵카에서 국수를 파는 집이 있다.
풀짜장은 책을 보면서 처음 들어본 음식이다. 짜장 분말에 물과 감자를 넣어 마치 풀처럼 찐득하게 만드는 짜장이다. 적어도 내 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인데, 과거 이걸 드셔본 분들은 추억의 음식이라고 한다.
인천은 음식이 다양하다. 개항기에 다양한 외국인과 그들의 음식문화 및 식재료가 건너왔기 때문이다. 화평동 냉면거리, 밴댕이 거리, 아귀거리, 삼치 골목들이 유명하다. 짜장면과 계란빵, 쫄면도 인천에서 탄생했다. 쫄면은 광신제면에서 냉면을 뽑다 실수로 굵은 면을 뽑아 맛나당에 준것을 비빔면으로 팔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쫄면은 쫄우동으로 파생되었다. 쫄우동은 아직 먹어 본적이 없는데 기대되는 맛이다.
안동에는 얼갈이 배추가 들어가는 안동식 국수가 있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저온 숙성 국수를 장국에 넣어 그대로 끓이면 제물국수가 되고, 면을 삶아 찬물로 씻고 장국에 말면 건진 국수가 된다.
강원도 묵호에는 잔치국수가 1천원, 비빔국수도 1천원, 오뎅 5개에 1천원인 국수집에 있다. 이름이 까치 분식인데 가격이 20년째 동결이라고 한다. 20년 전에도 싼 편이었을 것이 확실한데 미안해서라도 두 세그릇을 강제로 먹고 나오게 되는 집일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