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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월드컵이 한창이다. 한국은 체코를 상대로 2:1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올렸지만 답답한 경기력과 수비의 실수로 멕시코에 0:1로 패하며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사실 승리하긴 했어도 체코전 내용도 좋지 못했다. 그렇게 기술이 부족하고 둔탁한 팀이라면 더 수월하게 이겼어야 한다. 반면 일본은 8강 이상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와 2:2로 비긴 후, 조의 최약체 튀니지를 4:0으로 대파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아시아의 6연패도 끊어내었다. 월드컵에서 아시아팀이 무려 4골을 퍼부은 것은 일본이 최초다. 그전 3골도 일본의 기록이다. 한국은 무수히 월드컵을 치뤘지만 잘한 경기도, 이긴 경기도, 못한 경기에서도 2골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2002 월드컵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즉, 한국의 한 경기 월드컵 최다 골은 2골에 불과하며 이번 대회에서도 이 벽을 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강력한 경기력은 절대 운이 아니다. 지난 월드컵부터 스페인, 독일을 격파했고, 월드컵 이전 평가전에서도 브라질, 잉글랜드를 격파했다. 이미 세계 10위권 정도의 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일본은 그야말로 한국의 밥이었다. 지리적으로 인접했기에 수많은 예선에서 만나야 했고 일본이 프로축구리그를 만든 1990년 이전까지 일본은 한국을 거의 이기지 못했다. 한국은 월드컵으로 가는 일본에게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었다. 하지만 프로리그가 출발하고 본격적으로 짜임새 있는 축구 전술과 선진 축구를 적극 접목하며 일본은 90년대부터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는다. 그 결과 한국은 1994년 월드컵에서 최종 예선에서 일본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마지막 경기를 한국이 북한에 3:0으로 승리하고 일본은 이라크와 2:2로 비기며 골득실차로 인해 극적으로 한국이 월드컵에 나가게 된다. 

 일본의 첫 월드컵 진출은 그래서 1998년이다. 당시 경기력은 좋았으나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자메이카를 만나 3패를 기록한다.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는 그렇다쳐도 자메이카에 1:2로 패했다. 하지만 2002 월드컵을 공동개최를 하며 일본은 16강에 오른다. 하지만 한국이 무려 4강에 오른 것에 비해 일본은 16강에 머무르며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그래서 2002년부터 2010년까지는 한국의 약간의 우위가 지속된다. 한국은 2002 월드컵을 대비해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98월드컵까지의 선수를 황선홍, 홍명보를 제외한다면 거의 교체해버렸고, 발굴한 신예들을 갈고 닦아 성과를 내었다. 4강 신화의 기적으로 이들이 주목받아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신예 주전들이 상당 수 유럽에 진출하게 된다. 맨유의 박지성, 토트넘의 이영표, 페예노르드로 간 송종국, 스페인 레알소시에다드로 간 이천수, 잉글랜드 울버햄튼으로 간 설기현, 독일로 간 차두리, 역시 네덜란드로 간 김남일 등이 그러했다. 

 한국은 이 때의 성과와 전력을 유지하며 2006 월드컵 1승 1무 1패로 아쉬운 조별리그 탈락, 2010 월드컵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하는 등 강한 전력을 유지했다. 일본 역시 한국 못지 않은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06 월드컵에서는 1무 2패로 한국에 비해 크게 부진했지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조별 리그를 2승 1패로 통과하는 저력을 보였다.

 2010년대 들어 양국의 전력은 서로 교차된다. 한국은 하향세를 일본은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낸다. 2010월드컵은 일본이 월드컵에서 한국보다 좋은 성적은 거둔 첫 대회였다. 이 때 한국은 2002 월드컵 세대가 은퇴하고 이후 그들을 대체할만한 세대가 나타나지 못한다. 그리고 국내리그의 유망주들이 돈을 앞세운 중동이나 중국리그로 진출하는 것이 대세였다. 일부 스타급들만이 부분적으로 유럽에 진출했다. 즉, 유럽으로의 도전보다는 안정적 돈을 선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은 국가, 협회, 기업에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유럽으로 진출시켰다. 당시 실력으론 인정받지 못했기에 거의 스폰서 해주기도 하고, 무료에 가까운 이적료로 유망주들을 유럽으로 보낸 것이다.

 그 격차는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현재 국가대표 스쿼드 두 개 정도를 모두 유럽파로 채울 수 있을 정도이며 한국은 주전 급들 정도만 간신히 유럽파로 채우는 정도다. 더구나 일본 축구 협회는 2050년 월드컵 우승을 천명하며 꾸준한 로드맵하에 자국의 축구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과정에서 드러났듯 축구협이가 하는 많은 것이 불투명하며, 철학과 비전, 능력에서 상당한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선진축구의 경험과 꾸준하고 체계적인 협회의 운영으로 일본은 과거의 강점에 약점을 극복한 형태의 팀이 완성되었다. 90년대부터 일본의 만들어가는 축구는 특징이었다. 하지만 신체적 열세와 결정력, 전진성의 부족이 늘 약점이었다. 하지만 유럽에 선수들이 진출하고 전술이 완성되면서 이것이 모두 극복되었다. 일본은 더 이상 어느 나라 팀과 붙어도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는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일관된 전술로 어느팀과 붙어도 색깔을 잃지 않는다. 상대팀에 따라 도깨비 같은 모습을 보이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 결과 현재 2020년대 들어 한국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일본에 상당한 열세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대표는 3연패 중이며, 일본이 우리를 추격하던 시기에도 상당한 우위를 보이던 청소년 대표급들도 대부분 대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프로리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국의 유망주들을 상당수 유럽으로 보내면서 자국리그의 선수층이 얇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했었다. 그래서 한국은 2010년대에서 2020년대 초반까지는 프로리그에서 일본팀에 우위를 보이느 모습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일본 자체의 수준이 크게 올라오면서 프로팀들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일본팀을 거의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아직 진행 중이고 한국과 일본 모두 32강에 올라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토너먼트 대진운은 한국이 더 좋아보이지만 결과는 일본이 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2002, 2010, 2018, 2022 대회에서 모두 16강에 올랐으나 16강의 벽을 모두 넘지 못했다. 특히, 2차례의 승부차기 패배가 뼈아팠다. 

 하지만 이번은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월드컵에서 4골을 넣는다는 것은 이미 강팀의 수준에 도달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에 나오는 팀들은 지역 예선을 통과한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팀들이다. 그런 팀들을 상대로 4골을 넣었다는 것은 상대 조직을 완전히 허무는 공격 전개능력과 골결정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다. 또한 일본은 역사상 월드컵 내내 선제골을 넣거나 전반부에 골을 넣는 경우가 많다. 양쪽다 체력이 충분한 상태인 만큼 이는 실력으로 상대를 허문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은 골을 먼저 먹는 경우가 많고, 월드컵에서 기록한 골들의 상당수가 후반부다. 그래서 월드컵에서 한국이 쌓은 승점은 대개 따라 붙어서 비기거나 역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를 전술과 능력으로 무너뜨리기보다는 한국 특유의 정신력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몰아 붙여 상대가 전술이나 전력이 체력적으로 무너지는 후반부에 되서야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독일전 승리도 그러했다. 2:0이라 스코어는 경기 내용상 한국의 완승으로 여겨지지만 당시 경기를 보면 전후반 내내 독일이 공을 소유하며 주도적으로 경기를 했다. 한국은 간헐적 역습을 하다 후반 막판에 제대로 맞지 않은 한국의 코너킥이 체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급한 독일 수비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을 허용했고,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독일이 골키퍼까지 올라와 무리하게 공격을 하다 손흥민에게 추가골을 얻어 맞고 패배한 경기였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월드컵 성적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협회차원의 개혁과 새로운 판을 짜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금의 협회장은 물러날 것을 천명했다. 그 밑에서 학연과 지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모두 도려내고 실력 위주의 사람들은 선임하는게 중요하다. 한국의 모든 대표팀, 프로팀의 감독은 거의 99% 선수로 유명했던 사람들이다. 물론 다른 나라도 그러한 경우가 있긴 하나 뛰어난 선수가 반드시 좋은 감독이 되는것이 아닌만큼 유명 감독 중에는 유명 선수 출신이 아닌 경우도 많다. 같은 독일 출신인 위르겐 클롭이나 클린스만을 비교해봐도 그러하다. 그런데 한국은 모두 유명 선수 출신만 감독을 한다. 이런 것부터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은 잠재력이 매우 높은 나라다. 한국의 거의 모든 스포츠는 체계와 토양, 비전, 협회의 운영능력이 모두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이상스럽게 크랙 급의 선수들이 꾸준히 나온다. 피겨의 김연아나 수영의 박태환, 펜싱 최초 금메달리스트 김영철, 축구의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등이 그러하다. 이런 인재들이 불모지에서도 나올 수 있는 나라이기에 준하는 인재들도 더 많이 나올 수 있게 체계를 구성하는게 중요하다.

 축구는 언제나 돌고 돈다. 전술의 흐름이 변하고, 강한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인지라 전성기가 빠르게 지나고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수급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뒤지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시 앞지를 날이 그래서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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