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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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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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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하면 사람들은 끔찍한 상상을 한다. 영화 투모로우 처럼 대서양 열염순환이 멈춰 북반구에 심각한 빙하기가 도래하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세계 주요 해안이 잠기는 모습, 수자원을 두고 전쟁을 벌이거나 북극항로를 두고 국제적 갈등이 비화하는 장면들이다. 이는 모두 현실적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기도 하다. 저자는 부제 슬로우 번처럼 극적인 피해보다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슬슬 우리를 태우고 있는 천천히 연소하고 있는 부분을 직격한다. 이 부분들은 잘 인식되지 않고 천천히 진행되나 이미 일어나고 있고 현실적이며 피해도 막대하다.

 우선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재난의 인적 자본 피해를 지적한다. 환경 재난이 나면 물적 재산 피해는 눈에 드러나가 집계된다. 하지만 인적 자본 피해는 그렇지 않다. 연구결과 1인당 평균 10-100$의 물적 자본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는 1인당 약 41$의 인적 자본 피해를 입힌다. 학생의 경우는 그것이 집중되어 1인당 245$의 피해에 이른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라니가 피해를 입혔을 때 학생들은 주거지를 잃게 되었고 피해 복구 기간인 5주간 학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인적 자본 피해다.

 기후 위기로 인한 더위는 이런 인적 자본 피해를 가속화한다. 1978-2011년간 미국의 기온은 0.55도 상승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평균적인 미국의 중학새으이 성적은 약 1%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국의 전반적인 학습 성과의 감소는 대략 10%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에 피해가 집중된다. 이들이 더위 피해가 더 큰 저위도 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서 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별로도 차이를 나타낸다. 미국의 학생은 32.2도 이상인 날이 연간 12일이나 인도는 연간 100일이 넘는다. 여기에 미국의 학생은 냉방시설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도는 거의 그렇지 못하다. 이런 더위로 인한 학습성취도의 차이는 국가간의 차이를 더욱 강화하고 고착화할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높아진 기온은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1994-2005년까지 미국의 수십개의 공장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32.2도 이상인 날이 6일 이상 지속될 경우 주간 생산량이 8%이상 감소했다. 시카고 대학팀은 연구결과 실내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생산성이 2-4%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야외 작업장일수록 극적으로 다가온다. 실내 사무실은 더워질 경우 면적이 좁아 에어컨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외 작업장은 넓고 사업에 따라 개방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거나 비용이 너무 높기에 설치를 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기후위기가 심화할 수록 야외 작업장의 생산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 역시 고위도 부유한 국가와 저위도 가난한 국가간의 차이를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저위도 국가일수록 야외 작업장이 더욱 덥고 냉방 시설이 없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높아진 기온은 범죄도 증가시킨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치안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쓴다. 미정부와 지방정부들이 2019년 치안활동에 쓴 돈이 1250억 달러다. 이는 재정의 7%나. 유럽연합은 2015년 치안에 2500억 달러를 사용했다. 매슈랜슨은 미국 3000여개의 카운티 1만 7천개 데이터를 연구했다. 그 결과 1980-2009년까지 일일기온이 높아질수록 범죄가 증가하는 상관성이 밝혀냈다. 32.2도 이상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월간 강간 범죄는 5%증가했고 살인과 가중폭력은 3%증가했다. 더워지면 폭력이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더위가 공격성을 가중시키는 것과 날씨 변화로 인한 생계 악화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기온이 높아져 주로 바깥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증가해 사람과의 만남이 잦아져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다. 기온과 정서간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최고 기온이 38.9도 이상인 날은 사람의 기분은 표준 편차상 15%나 내려간다. 보통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되는 우울한 월요일의 경우 표준편차가 10%정도 감소하는데 그 이상인 것이다. 그리고 38.9도 이상이면 사람들의 욕설 사용은 평소에 비해 3-4%증가한다. 더위는 사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자 패트릭 베리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의 법정에서 선고 당일 기준이 높으면 형량이 높아졌고 기각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처럼 더위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이를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능력은 개개인의 경제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매우 덥거나 추운날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사람은 대개 15-20도를 가장 선호한다. 실제로 미국 LA의 경우 같은 도시더라도 지형과 녹지 비율에 따라 기온차가 난다. 그리고 이런 지역의 기온 분포와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거의 일치했다. 부유한 사람일 수록 쾌적한 기온의 지역에 거주했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위가 강한 지역에 거주했다. 

 기후 위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농업생산을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 소득 분포의 하위 10%에 해당하는 빈곤층이 대개 농업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농업은 기후에 당연히 민감하다. 2도 상승할 경우 옥수수, 쌀, 밀,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수확량은 20%나 감소한다.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일수록 이런 기온상승에 대처할 농업기술과 시설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최하위 10억의 생계 소득이 상당량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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